도파민 디톡스 일주일 차

조급함 죽이기

by 매너티연


조급함 죽이기


좋지 않은 습관을 리스트에 적고 3개월을 목표로 실행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항상 보던 운세 사이트를 무작위적으로 방문하는 습관을 중단하고, 엄지손가락을 기계처럼 움직이게 하던 숏폼을 보지 않고, 휴대폰으로 하는 모든 일들을 일절 끊게 되니 손이 근질거립니다. 일도 하지 않아 바쁘지 않았음에도 손과 눈은 휴대폰에 가 있었기에 종일 야근하는 회사원의 피로도와 동일했습니다. 반복적으로 하던 일을 한 번에 중단하니 일자리가 사라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순간이 허무하고 심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다만 나쁜 습관을 끊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단번에 끊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배달음식 단식에 들어가니 생각조차 나지 않았으며 휴대폰을 들려고 하면 ‘아차’하며 다시 내려놓기 일쑤였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주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되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죠.


이 두려움은 단순히 나쁜 습관만 끊는 것이 이 루틴을 유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가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행하는 사람들에겐 몰입할 환경과 시간이 있고, 습관을 유지할 패턴과 리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몰입할 시간과 환경이 없기에 다시 잘못된 패턴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살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좋지 않은 삶의 패턴을 유지해도 위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을 찾지 않으면 덧없이 시간만 죽이는 일을 반복할 뿐입니다. 그런 삶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위해 나 자신에게 작은 숙제를 내줍니다.


루틴의 시작


둘째 날, 숙제 하나를 추가하였습니다. 배우고 싶은 기술에 대한 강의를 하루에 한강씩 듣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포토샵이나 3D 툴을 다루는 강의입니다. 사이트는 'udemy'라는 곳이고,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여 다양한 언어로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장점은 강의를 적은 시간으로 쪼개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의는 짧으면 1분에서 길면 15분 정도의 강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5분의 강의만 들어도 목적을 이룬 것이 되니 작은 시작을 하기 가장 좋은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목표를 하루에 하나씩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 하나가 생기니 여러 개의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추가하도록 하였습니다. 하루에 5분 정도 운동하는 것을 추가하였습니다. 운동은 걷거나, 춤추거나, 전신 운동 등 5분을 채울 수 있는 운동이면 충분했습니다. 점차 작은 목표를 추가하고 이루니 재미가 생겨 5일째 되던 날엔 외국어 공부도 추가하였습니다. 다만 영어를 배운다고 하면 하루에 한 문장씩만 배워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한 문장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숙제였습니다.


또한 한 가지 더 도파민에 절여 비몽사몽 한 뇌를 위하여 종이와 펜을 샀습니다. 왼손 연습 쓰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뇌과학 관련 책을 읽다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오드리 반 데르 미르 노르웨이과학기술대 신경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손글씨는 키보드로 두드려서 쓰는 타이핑보다 뇌 연결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손으로 글씨를 쓸 때는 알파파와 세타파가 증가하여 뇌파들이 뇌의 연결성을 강화해서 창의성과 기억력, 집중력 등을 올려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정보를 응용하여 평소에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 보단 뇌에게 새롭고 더 큰 자극을 주기 위해서 왼손 글쓰기 연습을 하여 집중력을 올리자라는 목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처음에 왼손 글씨 연습법은 어린이들이 글쓰기 연습 할 때와 똑같이 시작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 배, 어린이, 엄마, 아빠'와 같은 기초적인 단어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OOO입니다’ 같은 인사말을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작은 어렵지 않았지만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니 온몸에 긴장이 들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꽤 힘든 일을 한 것 같았죠. 대신 멍하고 졸린 상태에서도 왼손으로 글씨를 쓸 땐 온몸이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중력도 유지할 힘도 없는 도파민 중독자에게 꽤나 많은 숙제들입니다. 처음엔 너무 많은 숙제를 내 준 것 아닐까 고민하다가 '일단 해보자. 너무 힘들면 다시 조정하자'라며 토닥였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 이런 루틴이 버거울 때, 또는 문득 드는 부정적인 생각들, 무기력하거나 불안한 감정이 들 때마다 기록하며 감정들의 원인이 무엇인가 분석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땐 ‘이걸 공부한다고 내 삶이 나아질까? 지금 시작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는 의심, 운동을 할 땐 ‘5분으로 충분할까? 나는 지금 살이 너무 많이 쪘어. 빨리 살을 빼야 해!’라는 조급한 마음, 강의를 들을 땐 ‘하루에 5분 가지고 되겠어? 한 달 안에 이 강의를 완강하겠어. 그리고 올해 안에 취직을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돼’라는 불안감 같은 감정이 들 때마다 일기를 쓰는 숙제도 주었습니다.


비록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작은 숙제, 작은 성공을 쌓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그와 동시에 마음을 알아주기도 합니다. 저라는 사람에게 꽤 큰 발전입니다.




도파민 디톡스는 단순히 과도한 도파민 분비로 인해 생겨난 나쁜 습관을 재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으로 나와의 약속을 지켜가면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와 함께 내일을 향해 갈 때 필요한 힘을 키우고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행위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마음 챙김(Mindfulness)와 명상을 제안합니다. 저 또한 많은 불안과 우울, 무기력 때문에 명상과 마음 챙김을 해봤지만 명확한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조언 없이 얕게 공부한 지식으로 인해 긍정적인 해답을 얻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되돌아보면 너무 어렵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냥 일상적인 일들에서 느끼는 감정과 패턴들을 알아내고 실패를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고 해결하고 성공하는 과정이 마음 챙김과 명상의 시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나 자신과 대화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__매너티연


사진: Unsplash의 Ngo Ngoc Khai H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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