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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X 탐정 X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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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무서운 걸 잘 본다.


어릴 때는 <신비아파트>를 재밌게 봤는데 귀신 나오는 장면은 어른이 보기에도 굉장히 무섭고 잔인하다. 나는 공포, 스릴러 쪽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보지 않는다. 잔상이 너무 많이 남기도하고 보면서 진짜처럼 느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신비아파트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공포베스트>: 신비아파트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 1-10권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40가지를 담은 공포 맛책


그렇다. 여기서부터 딸아이와 나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우리의 취향은 너무나 달랐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의 취향에 맞는 책들을 고른다.


가장 재밌어했던 책은 <몬스터차일드>였다. 이 책을 읽더니 '이거 진짜 재밌어!'라고 펄쩍 튀며 소파로 착지했던 기억이 있다.


<몬스터 차일드>: 가상의 질병 '몬스터 차일드 증후군'을 소재로 삼은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 스릴러 맛책


다음으로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도 함께 재밌게 읽었다.


<마녀를 잡아라>: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들이 정말 있다면?'이라는 상상력으로 시작해 웃음과 감동을 담은 호러 맛책


그 이후로 계속 '공포, 스릴러, 호러' 쪽의 책들을 검색해 계속 추천해 주었다.


<쉿! 안개초등학교 시리즈> : '암흑도로', '해골계곡', '빨간목욕탕' 등 이름만 들어도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네에 묘지은이 이사를 오면서 펼쳐지는 오싹한 호러 맛책


<블라인드1- 초호화 크루즈 살인사건>: 초호화 럭셔리 크루즈에 초대받은 여섯 명의 손님들만을 위한 환영 파티가 시작되려는 그때, 살인 사건이 벌여지면서 펼쳐지는 숨통조이는 스릴러 맛책


<써리의 영상툰 1- 오싹툰 레전드> : 오싹툰 가운데 가장 오싹하고 무서운 에피소드만을 모은 공포 맛책


<베서니와 괴물의 묘약> : 신선한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 그리고 감동을 주는 우정까지 다른 흥미진진한 판타지 호러 맛책


5학년 어느 날,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제 자기 전에 책 안 읽어줬으면 좋겠어."


띠용~좀 충격이었다. 언제부터 아이에겐 잠자리독서가 의무감이 되었던 것일까?


그래서 그때부턴 자기 전에 발마사지만 해주었고, 6학년부터는 그마저도 싫어했다. 그렇게 엄마와의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중1 때는 완전 동굴형 사춘기여서 방에도 못 들어갈 정도였다. 눈빛도 싸늘하고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공포분위기다.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아이도 사춘기가 되면 '공포X호러X스릴러' 버전으로 변한다.(우리 아이가 이렇게 변했어요!)


초등 고학년 때 좋아하던 애니메이션도 '명탐정 코난' '소년 탐정 김전일' 등 탐정류였다. 그리고 중학교부터는 '원피스'와 '진격의 거인'까지 취향을 확장해 나가시고 있다. 원피스와 진격의 거인은 완전 덕후 수준이라 조만간 일본여행을 가야 하나 생각 중이다.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엄마아빠와 가벼운 외식 나가는 것도 싫어한다. 그런데 일본 여행은 가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애니 덕후에겐 천국이 아닌가. 대신 같이 가되 가서는 따로 다니자고 한다. 크억.(받아들이자.)


보다시피 우리는 하나였다가 철저한 둘이 되었다. (아마도 지극히 건강한 성장 과정일 것이다. 꼭!)


호러X공포X스릴러를 좋아하는 우리 딸아이의 성장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시기별 엄마의 역할이 급격하게 변한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다.

역시 엄마는 늘 한 발짝 느리다.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혼비백산 부랴부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엄마이고 딸아이의 성장을 지지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질 않은가.


오늘도 무서운 딸아이에게 출근하면서 이야기한다.


'사랑해, 오늘도 힘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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