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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by 글쓰는호랭이


누렇게 익은 햇빛이
도시의 유리창마다 번져 들고

가로수 끝 잎새는
한 조각씩 흘러내려
시월의 바람에 몸을 싣는다

길 위의 눈동자마다
짙은 우수가 번지고
내 마음 또한
허공처럼 비어 있지만
나는 기도한다
모든 고단한 영혼 위에
풍요의 햇살이 고루 내리기를
서로의 손끝마다
따뜻한 불씨가 살아 있기를

낙엽은 스러져도
차가운 바람은 불어와도
이 계절의 허무 속에 남는 것


사랑이여,


시월의 바람이 되어
세상 끝까지 흩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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