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어릴 적 새 신발은
명절에만 허락된 선물
낡은 신발을 밀어내고
설이나 추석이 되어야
손에 쥘 수 있던 반짝임
뚜껑을 여는 두근거림
발끝에 맞춰보던 설렘
그 신발은 단순한 가죽이 아니라
나를 자라게 하던 의식
이제는 원하면 언제든
새 신발을 살 수 있지만
닳을 때까지 미루지 않아도
불편함을 참지 않아도 되지만
그만큼 마음은 뛰지 않는다
기다림이 주던 달콤한 애틋함
그 설렘은 사라지고
아무 때나 얻을 수 있는 지금
순간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새 신발이 아니라
기다림이 삶의 반짝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