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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머문 자리

(탑정호에서)

by 글쓰는호랭이


구름 머문 하늘 아래
출렁다리가 숨결처럼 흔들렸다

기다림 끝에
태양이 구름을 헤치고 나와
빛이 물결을 쓰다듬자
호수는 별빛을 품고
나른한 오후를 깨웠다

창가에 앉아
일렁이는 눈부심
흐린 마음에도
빛은 스며드는 법—

어둠이 내려앉고

하늘엔 달이 떴다

바람 사이로
달빛이 나를 불렀다

그 부드러운 숨결에
하루가 천천히 식어갔다

오늘 하루,
태양과 달빛 사이를 걸었다
빛은 그렇게
내 마음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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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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