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서리꽃이 피던 날
골목 저편, 누군가의 입김은
유리창 너머로 얼어붙었다
“추워요”라는 말도
목구멍 깊숙이 삼켜야 했던
그 겨울의 무게를
난방비 고지서는
또 하나의 눈보라가 되어
문틈으로 파고들고
아이의 작은 손은
호주머니 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연탄재처럼 식어가는
하루하루의 온기
이불 한 장으로는 부족한 밤
하지만
얼어붙은 땅 아래서도
씨앗은 숨 쉰다
가장 긴 밤에도
누군가는 불을 지피고
누군가는 손을 내민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서로의 체온으로
서로의 숨결로
추위는 모질지만
우리는 더 따뜻하다
그 마음 안에서
봄이 천천히 피어난다
이 겨울 끝에서,
누군가의 웃음이
눈처럼 흩날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