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상인 등장이요~
우리의 캠핑 시작 장비는 조촐했다.
대부분의 장비는 쿠팡을 통해서
3만원 내외에서 구입했고,
가장 메인인 텐트조차,
당시 20만원 정도하는 돔텐트를 구매했다.
사실 이 텐트도 더 저렴한 걸 살 수도 있었지만,
와이프의 동의를 구해야 했기에,
나름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협찬을 했었던
나름 미각적인 부분도 챙긴 텐트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들의 장비는
하나둘 구색을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또 처음 텐트를 설치해보는거니,
연습은 해봐야겠는데,
어디서 해야할지 막막했던 터라,
그 원룸방에서 모든 가구를 다 치우고,
애써가면서 텐트 치는 연습을 했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지지리 궁상을 떨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또 그때 아니면 해볼 수 없는
소중하고 재미있었던 추억이 된 것 같다.
여차저차해서 장비는 갖추었으니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당시에 우리는 차도 없었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쏘카를 이용하기로 했고,
또 1박2일을 통째로 빌리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었기에,
그날 저녁까지만 빌리는 것으로 해서,
캠핑도 처음이기도 하니
당일치기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하고
출발했다.
그리고 운전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집 앞 골목까지 그 차를 끌고 오기가
부담되었던터라,
부대에서 사용했던 백팩에다가
모든 자잘한 짐들을 넣고,
가장 부피가 큰 텐트는 손에 들고,
차가 주차된 장소까지
약 20여분을 걸어갔다.
또 큰 차는 부담되었기에,
조그만 모닝을 선택하였는데,
앞서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의 캠핑짐이라고 해봐야
사람 두명이서 이고 지고 하면,
옮길 수 있는 수준이였기에
아주 넉넉하게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짓인데,
당시에는 대체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나 때문에 괜히 고생한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그렇게 고생해서 일까,
첫 캠핑, 아니 피크닉의 경험은 만족스러웠다.
우거진 나무 사이 사이트에 텐트를 치고,
근처 동네 슈퍼에서 간단한 과자를 사와
먹으면서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고,
텐트에서 낮잠도 자고,
허기질때쯤 준비한 고기를 구워먹고
정리하는 이 일련의 과정들 모두가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에 부합했고,
마지막으로 살짝 석양이 지는 것을 보며
우리의 첫 캠핑을 마무리했다.
아마도 이렇게 첫 경험이 기억이 좋았기에,
그 후로도 계속해서 캠핑을 다닌 것 같다.
그렇게 몇시간 동안의 짧은 캠프닉을 마치고,
대여장소에 다시 차를 반납할 때 까지는
정말 괜찮았다.
괜찮았는데..
우리는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짐들을 다시 다 들고 집까지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도 한번 경험했던 일이고,
캠핑장에서의 좋았던 기억이 충만해있었기에,
돌아올때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돌아도는 길에 동네 치킨집에서,
옛날 통닭을 한마리 포장해오는 것으로
우리의 첫 번째 캠핑은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