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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A급 조직 만들기

제안자: 손무(孫武)

by 독자J Mar 19. 2025

 p.248~263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손자는 장수가 주의해야 할 6가지 패배 유형에 대해 말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양측의) 세력이 균등한데도 하나의 힘으로 열의 힘을 치는 군대를 ‘주병(走兵)’이라고 한다. 병졸들은 강한데 초급장교가 나약한 군대를 ‘이병(弛兵)’이라고 한다. 초급장교가 강한데 병졸이 약한 군대를 ‘함병(陷兵)’이라고 한다. 비장(裨將)이 노여워하나 [주장(主將)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적과 마주치면 명을 거슬러 독자적으로 출전하며 장수가 그의 능력을 알지 못하는 군대를 ‘붕병(崩兵)’이라고 한다. 장수가 나약하고 엄하지 못하며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며 초급장교와 병졸들이 정해진 규칙 없이 병력을 배치함에 있어 멋대로 하는 군대를 ‘난병(亂兵)’이라고 한다. 장수가 적을 헤아릴 수 없고, 적은 규모의 군대로 큰 규모와 싸우며 나약한 군대로 강한 적을 치며 병사들 가운데 선봉으로 서지 못하는 군대를 ‘배병(北兵)’이라고 한다. 무릇 이 여섯 가지는 패배하는 길이니, 장수라는 지극한 책임을 맡은 자는 반드시 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p,251)     

 

 이는 모두 장수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주병’은 양측의 전력이 엇비슷함에도 무모하게 돌격하는 것을 말하며, ‘이병’은 경험 없는 초급장교가 백전노장들을 지휘하는 것을 말하며, ‘함병’은 병사들이 충분히 훈련되지 못하여 준비가 부족한 군대를 말하며, ‘붕병’은 명령체계가 무너져 아랫사람들이 멋대로 행동하며 장수가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한 군대를 말하며, ‘난병’은 장수가 군대를 효과적으로 통솔하지 못하고, 지시사항의 전달이 불분명하고 체계적이지 못하여 하급 장교와 병사들이 ‘알아서’ 운영하는 군대를 말하며, ‘배병’은 장수가 적의 상황과 적의 세력을 판단하지 못하여 사지(死地)로 군대를 내몰거나 선봉으로 설 정도로 강인하지 못한 군대를 말한다. 손자는 전쟁에서 지는 데에는 장수의 영향이 아주 크다는 의미로 이 용어들을 사용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주병’은 장수의 신중함과 사리 분별을, ‘이병’과 ‘함병’은 유능한 하급 장교와 잘 훈련된 병사들의 중요성을, ‘붕병’은 엄격한 명령체계를 통해 장수가 군대를 완벽히 장악해야 함을, ‘난병’은 정확하고 효과적인 운용체계를 세워 혼란을 없애야 함을, ‘배병’은 장수의 적을 헤아리는 냉철함을 강조한 것이다. 


 리더는 신중하고 사리 판단이 정확해야 하며 냉철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지만, 정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세우고 유능한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것은 놓치는 리더들이 있는 것 같다. 잘 돌아가는 조직은 관리자들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많고, 특히 유능한 실무자들이 많다. ‘A급 리더는 A급 부하들을 쓰지만, B급 리더는 C급이나 D급 부하를 쓴다’는 말처럼, 리더가 유능해야 부하들도 유능한 사람들로 둘 수 있고, 자연스럽게 아랫사람들도 같이 유능해진다. 모름지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리더는 아첨꾼을 경계하고 본인에게 직언할 줄 아는, 유능한 사람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리더들은 자기보다 더 잘난 부하를 얼마나 인정해 주고 곁에 두려고 할까? 리더보다는 왕초나 두목이 되려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은가? 그리고 본인들이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는 그릇을 키우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가? 나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손자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또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들은 얼마나 있을까? 생각보다 원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조직들이 많다.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왔으니 알 것이다군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지그 큰 조직이 그렇게 굴러간다는 것도 신기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을 보면, 어쩌면 시스템이 사람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 손자는 리더는 본인의 사리사욕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앞세우고실리주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을 보자.      


… 따라서 전쟁의 이치상 반드시 이길 수 있으면 군주가 싸우지 말라고 해도 반드시 싸우는 것이 옳은 것이고, 전쟁의 이치상 이길 수 없으면 군주가 반드시 싸우라고 해도 싸우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러므로 진격을 추구하는 것은 명예를 추구하지 않으며 퇴각하는 것도 죄를 피하지 않는 것이며, 오로지 백성들을 보호하고 이익이 군주에게 합치되는 것만을 생각하니 (이런 장수는) 국가의 보배이다. (P.253)     

 

그래서 이순신은 조선의 보배였다. 제아무리 군주의 명령이라 해도 장수라면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하며, 그 기준은 오직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과 국가의 이익이어야 한다는 손자의 생각은 오늘날 리더에게도 교훈을 준다. 리더는 오직 조직과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사익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조직의 이익과 충돌할 때는 잠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영업 이익을 본인이 가져가는 것보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누어주고 복지에 투자하거나 회사에 재투자하고도 남는 돈이 있다면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 좋은 경영 방식이 아닐까? 그러라고 CEO들의 연봉을 많이 주는 것 아닐까? 연봉 외에 다른 돈은 생각하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CEO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손자가 본다면 뭐라고 할까?     


 그렇다면 리더는 조직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당근과 채찍을 잘 써야 하고관대함과 엄격함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고 손자는 다음의 구절에서 말한다.     


병졸을 대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해야 하니, 그들과 함께 깊은 계곡을 달려가기 때문이다. 병졸을 대하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니, 그들과 함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사들을) 후하게만 대하면 다룰 수 없게 되고 아끼기만 하면 명령할 수 없게 된다. 어지러우면 다스릴 수 없으니, 비유하건대 교만한 자식과 같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p.255)     

 

 병사들을 자녀를 키우듯 부모의 마음으로 대하라는 손자의 가르침은 나에게 좋은 리더는 어때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조건 좋은 것이 좋은 것일까? 반대로 무조건 통제하고 억압하면 만사형통일까? 손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손자는 기본적으로 관대하되 엄할 때는 엄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나치게 오냐오냐 키우면 자식을 망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나도 군대에서 후임들을 대할 때 싫은 소리를 잘 못 했다. 좋은 선임으로 남고 싶었고, 나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좋은 리더는 악마와 천사를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랬을 때 조직원들이 리더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고 리더의 영이 서게 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조직을 유연하게, 경직되지 않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는 조직원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그들의 복리에도 관심을 기울이되 잘못을 했으면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하고, 본인의 방향성대로 과감하게 이끌고 가는 카리스마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리더는 어렵고, 부모 노릇도 어려우며,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어렵다. 본질은 모두 통하는 법이다.     

 

 현명한 리더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현명한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한다. 자기 객관화가 뛰어나다는 말이다. 이는 리더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손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따라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곧 위태롭지 않으며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승리는 곧 온전해질 것이다.  (p.257)      

 

 현명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 외부의 상황과 환경, 명확한 목표와 합리적 시스템의 구축, 대상에 대한 철저한 연구 및 준비와 아울러 조직과 나에 대한 자기 객관화에 능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 구성원들에 대한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알고 강점에 집중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는 데에 집중하는 것으로, 높은 메타인지와 관련된다. 그래서 리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자기가 리더라고 해도 자신의 약점을 커버해 줄 직원이 있다면 그와 협력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외부의 도움도 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만큼 적극성과 능동성이 필요하다. 본인의 자존심보다 일의 성공을 더 중시해야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리더는 프로의식이 있어야 한다. 또한 리더는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메타인지도 높아야 좋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훌륭한 리더는 구성원들의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한 독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좋은 리더십은 좋은 부모 됨과 동일한 것 같다. 결국 우리 모두 부모가 되기 전에 리더가 될 자질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부모가 되는 것에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예비 부모들에게 이런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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