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음을....
p.229~247
『손자병법』, 글항아리, 손자 지음, 김원중 옮김
전쟁은 꼭 병력의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손자는 6가지 피해야 할 지형(六害)과 적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33가지 방법들을 제시하면서, 그 외에 병사들을 일치단결시키고 병사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을 보자.
용병이란 병력이 더 많아야만 좋은 것이 아니며 오직 무모하게 전진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 병사들의 힘을 하나로 합치고 적을 헤아려 판단하고 인심을 얻으면 족할 뿐이다. 단지 깊은 생각 없이 적을 얕잡아보면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힌다. (p.235)
여기서 손자는 적을 충분히 헤아려 판단함과 동시에 아군의 힘을 합치고 인심을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손자는 계속해서 모든 일은 사람의 문제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일을 진행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삼국지』의 유비는 개인적으로는 크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지만, 그를 따르는 뛰어난 장수들과 신하들 덕에 촉나라를 삼국의 지위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고, 한 고조 유방은 라이벌 항우보다 능력은 부족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능력으로 자신의 왕국을 세울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얻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도 사람이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나를 모략하고 시기 질투하고 내 인생에 장애물을 놓는 것도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능력주의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노력하면 다 성공할 수 있을까? 능력만 있으면 모든 게 다 될까? 우리는 능력주의라는 것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능력이라는 것은 개인만의 문제일까? 단순히 그 사람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가졌고, 그러므로 모든 것을 다 가져도 되는 것일까? 그 과정에서 타인들이나 사회의 도움은 없었을까? 성공은 정말 혼자 할 수 있는 것일까? 배우 황정민은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저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성공을 지나치게 신격화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가지는(winner-takes-it-all)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야 할까? 손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병졸들이 아직 친해지거나 기대려 하지도 않는데 그들에게 벌을 가하면 복종하지 않게 된다. 복종하지 않으면 다루기가 어렵다. 병졸들이 이미 친해졌다고 해서 벌을 시행하지 않으면 다룰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병사들에게는 문(文, 덕망)으로써 명령하고, 무(武, 엄격)로써 통제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군대라고 말한다. 명령이 평소에 잘 시행되고, 그 사졸들을 가르치면 사졸들은 복종하게 된다. 명령이 평소에 시행되지 않았는데 그 사졸들을 가르치려 하면 사졸들은 복종하지 않게 된다. 명령이 평소에 시행된다는 것은 모든 사졸들과 서로 친화하기 때문이다. (p.237)
여기서 손자는 친밀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벌을 내리기 전에 먼저 친해져야 하며, 이미 친해진 상태에서는 벌을 적절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위는 이렇게 얻는 것이다. 권위는 무조건 억압하고 통제한다고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상벌이 조화되고, 어떤 때는 사람으로 다가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거리를 두기도 하는 등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얻어진다. 하지만 엄정함은 내세울 줄 알지만 친밀함은 내세울 줄 모르거나, 지나치게 관대하여 질서를 잡는 데는 서툰 리더들이 많다. 손자는 현명한 리더는 엄정함과 관대함 사이에서 중용(中庸)을 택하되 그 시작은 조직원들과 친밀해지는 것부터라고 말한다. 이는 자녀의 양육, 학생의 교육, 인간관계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람은 먼저 친밀하게 다가갈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충분히 친해지고 나서 가르치거나 나의 원칙들을 세우면 타인들이 조금 더 쉽게 받아줄 것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러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본의 아니게 안 좋은 이미지를 준 적도 있었다. 지금도 이걸 잘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더는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 더는 나 자신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