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일

사...실, 아니지7

by 나길



'너의 생일은 늘 깜짝 놀라게 해 줄게. 평생 책임질게.'

한아름 무거운 꽃다발을 더 할 수없이 빛나는 웃음으로 안고서 서 있었다.

결혼을 약속하기 전에도 무수히 해 주던 말이 당연한 결말이 있는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한 건 없다. 당연히 필연적으로 따르는 결과란 밝혀진 과학적 결과만이 얘기해 줄 수 있다. 이 결과는 그 가설의 당연한 결과라고. 무수히 많은 사고와 실험 뒤에 오는, 한 달 일 년 100년 몇 백 년...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 줄 안다는 건 한 치 앞을 확신이 아니라 맹신의 발걸음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우리는 절대적인 무엇을 단언할 수 없다. 절대는 인간과 다른 생명의 단어가 아니다.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신의 언어이다. 신의 결정인 것처럼 단호하게 쓰여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명을 바라보는 곳에서 말이다. 아무 시도도, 아니 어설픈 시도와 경험들로 그것이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한 오류를 실체로 받아들이는 무서운 일이다.


'윙~ 위이잉~ '

허리를 굽혀 젖은 머리를 말릴 때, 무슨 이유인지 난 눈을 감는다.

한 번 눈을 떠서 머리카락을 보고 싶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들이 가닥을 셀 수 없는 뭉텅이로 떨어지고 붙고 엉켜있다. 그 사이로 물방울이 아직 맺혀있다 스르르 미끄러지고 '탁'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허리를 펴며 머리를 뒤로 저쳤다. 밑으로 밑으로 중력의 힘으로 달려가던 그것들이 저쳐지는 머리카락 덩이들에서 가닥에서 마치 메두사의 뱀의 머리카락처럼 펼쳐지며 끝자락 뱀의 혀가 속력에 튀어나오듯이 물이 사방으로 날았다. 그러다 거울을 잡았다 미끄러졌다.

난 눈을 부릅뜨고서 한 가닥에 묻은 물방울이 날아오르는 것을 바... 아...라...보...오...아...ㅆ...따...아.

왼쪽 바닥에서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그 가닥의 방울이 튀어나와 거울의 오른쪽 귀퉁이에 정착한다... 한다... 한다...

'탁!'

바닥에서 흩어졌다.





"고마워, 다시는 이런 일 없어.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우리 가족이 먼저야.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월급을 챙기는 것을 우선으로 할게.

약속해. 무슨 일이든 먼저 너한테 말할게. 꼭! 이거 안 지키면 너가 뭐라 하든지 내가 다 들을게.

뭐든."

.

.

.

"미안해, 다시 이렇게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안되려고... 잡고 있던 것을 빨리 놓았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어. 너한테 이런 일 다시는 겪지 않게 하고 싶었어.

그럴 거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열심히 달렸는데...

처음에 힘들다는 걸 알았을 때, 접었어야 했는데...

정리했어야 했는데...

너한테... 말했어야 했는데... 또 놓쳤네.

미안해"



나의 한계가 극에 달았다.

나는 글 쓰는 것을 멈춰야 할까. 쓰다 보면 내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할 줄 알았다. 쏟아내다 보면 나를 향해 끝없이 쏘아대는 그 송곳 하나쯤, 아니 박혀있는 것들 중 하나쯤 뺄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앞에 놓여진 삶의 무게가, 남편의 끝없는 노력 끝에 오는 무거운 돌의 무게가 바뀔 줄 알았단 말이다. 송곳이 빠진 그 구멍에선 피가 철철 흐른다. 발코니의 큰 창에서 작은 물줄기들이 끝없이 형세를 바꾸며 내리게 하는 장맛비처럼. 끝없이 길어져 흩어져 다시 모이고 내린다. 작은 체구가 들어나는 흰 티셔츠에는 핏빛 시내가 덤불처럼 엉켜 끝끝내 흐른다. 마치 몸과 붙어있어 혈관이 된 것 처럼.

돌덩이를 받아 안으려는 나의 스퀘트 자세가 이제 쯤은 안정적일 줄 알았다. 돌은 아무리 배에 힘을 줘 스퀘트자세를 준비하고 있어도 나를 밀었다. 밀려서 휘청거리고 밀려서 발바닥이 슬렸다. 밀려서 밀려서 날아올랐고 그러다 또 그 거울에 닿지 못했다. 그래도 이제 안정적인 스퀘트 자세 정도로 받거나, 날아올라도 거울까지는 닿겠지. 이제는 그래도 되잖아. 이제는 삶의 여정이 반을 넘었다는데, 사람들이 그러던데 100세 시대라고...


나는 정착하지 못했다.


송곳이 뚫리지 않는 갑옷이란 없었고,

송곳이 날아올라 꽂히는 속도를 줄일 수도 없었고,

날아오르는 목표 지점을 바꿀 수도 없었다.


애초에 내 손에는 갈 곳이 정해진 송곳이 가득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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