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일

사...실 아니지 8

by 나길



닿을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유려한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고 거칠어질 때 즈음엔,

눈동자는 붙잡을 무엇이라도 찾기 위해 깜빡거리길 포기한 눈꺼풀이 벌써 싫다.

실핏줄 터지는 그 강인함이 싫다.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이리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미 선택은 사라지고 없었다. 닿지 않아 허우적거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난 발이 없지만, 발가락 끝으로 어디라도 서고 싶다. 숨 쉬는 아가미의 줄의 작은 비늘조차 모두 찾는다. 발이 없는 발이 닿을 곳을. 빨라지는 내 몸의 요동과 그 요동으로 인한 진동이 물결을 만들어낸다. 거칠게 시작한 그것은 점점 옅어지고 느려지고 폭이 커졌다. 그 진동의 끝에는 결국 고요함이 앉는다. 그 근원지에 무엇이 있는지, 누군가의 고통의 몸부림이 있다는 것 따위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알 수도 없다. 내 앞에는 그저 잔잔히 밀려드는 고요만 있음으로. 늘 발끝으로 닿는 잔 물결이, 낚시꾼의 낚싯대에서 건져지는 나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의 피부림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잔물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나에게 조금의 놀라움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나는 한껏 무섭고 두려워 몸부림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시간이다. 나의 무지는 나에게 폭력이 되어 돌아왔지만, 나는 그것을 인지할 수 없는 공포에 이미 들어앉았다. 더 이상 그것은 나에게 폭력으로써의 자극을 상실했다.




시간은 20분 정도 지났다.

배는 이미 기수를 돌렸다. 이해할 수 없는 난 궁금증으로 우는 아이들과 달래는 부모를 번가라 본다.


이 가족은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통해 신청했지만 우리는 예약이 꽉 차서 받을 수 없었다. 인터넷 오류로 인해 예약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설명하고 조율하려고 고객과 통화를 하는 동안,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날 불편하게 했다. 체험일이 토요일인데, 하루 전인 금요일, 오늘 예약이 되어버렸다. 예전 같으면 하루 전 예약도 가능했지만, 웬일인지 요즘 배낚시 붐이 불어 주말엔 예약이 꽉 차있다. 특히 주말엔 가족단위 예약이 거의 많고 주중에는 개인이나 모임에서 신청을 했다. 오류가 일어난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머뭇거리던 사이 갑자기 울린 예약음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바로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동안, 수화기 너머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짐작하기론 아이들의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처럼 진땀이 나서 혼났다. 10분쯤, 이래저래 통화를 이어가다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처럼 단번에 끊어야 한다는 걸 깨닫곤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체험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안내한 뒤 다시 전화를 걸겠다며 핸드폰을 뒤집어 책상에 놓았다. 없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나는 핸드폰을 던지면서 같이 소파로 던졌다. 한 30분 뒤쯤, 죄송하다는 전화를 해야겠다는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그때, '띠링'.


아이들은 들떠서 방방 뛰어다녔다. 낚싯배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옛날처럼 통통배를 사용하진 않는다. 그룹단위로 신청하는 데다 낚싯대를 처음 잡아보는 사람들이 조금의 특별한 체험과 신선한 회를 먹는 것을 기대하며 오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의 물고기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배에 타기 전에 꼭 안전 수칙 교육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가져다 줄 위험에 대해 미리 두려움을 심어준다. 아이들을 그렇게 조금이라도 텐션을 낮추고 싶었지만, 그들의 기대를 누르기엔 통할리 없는 크기의 두려움이었다. 놀이 기구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지나가며 안전띠를 확인하는 놀이동산의 직원처럼 들렸을 것이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이 가족의 예약은 취소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예약 취소로 성사되었다. 성사가 되는 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가라앉히기에는 공기가 너무 가벼웠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낚시댓를 손에 쥐어주고 각각 아이들의 부모를 옆에 붙이는 것. 그 후 잠시, 아주 잠시 조용했다. 물고기를 놀라게 하지 않고 불러 모으려면 조용한 가운데 미끼를 꿴 바늘을 바다에 던져야 했다. 아이들은 잘 따라 했다. 잠시는.


"괜찮아. 울지 마. 잘 살 거야. 생명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지 않아. 이제 살던 곳으로 돌아갔잖아. 얘들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진짜야."


온 바다가 흔들릴 정도로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우렁찼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눈물과 콧물이 거기에 흐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달래느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소리가 걸릴 것 없는 바다에서 소리는 빠르게 사라질 것 같았지만, 파도에 실려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낚시 고리에서 걸려든 아직 어린 물고기를 떼어내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이들의 울음이 그칠지 계속될지가 내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낚싯대를 던지는 순간까지는 웃음소리를 파도가 실어갔지만, 물고기가 걸려 낚싯대에 들어 올려지는 순간 파도는 울음소리를 실어왔다. 아이들은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 고리에 걸려 공중에서 내 손에 잡히는 순간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2초? 3초? 그 찰나가 가장 고요했다. 폭풍의 눈처럼. 억수 같은 소음이 그 2,3초 뒤에 쏟아 내렸다. 아이들은 그 작고 어린 물고기가 내 손에서 고리에서 떼어내면서 완전히 온전하게 분리되지 못하고 고리에 붙은 물고기의 살점을 보는 순간, 바다로 돌아가는 작은 물고기를 보지 않고 그 살점에 놀라 울기 시작했다. 그 살점은 전쟁을 알리는 폭탄이 되었고, "이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가면 잘 살 수 있나요?" "아니요. 예전처럼 살 순 없겠죠. 작은 물고기들은 대부분 살지 못해요. 다시 보내주는 건 우리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거죠. 뭐."라는 아이들 아빠와 나의 대화는 불씨가 되었다. 하늘에서 쏟아붓는 폭탄을 내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선장님! 빨리 돌아가 주세요. 죄송해요."






진동이 내 몸의 중심을 잃게 했다.

진동을 잡을 부레에 상처를 입어서 오른쪽 왼쪽으로 몸이 흔들렸다.

작은 내 몸은 이 작은 물결에 쉽게 흔들렸지만, 난 리듬을 타고 다니는 재주가 있었다.

상처는 나의 재주를 다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집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모르겠다.

친구들도 엄마도 아빠도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 나를 좀 발견해 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보겠지, 그렇겠지.

난 어디도 닿을 수 없으니까...

내가 닿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내게 왔으면...

태풍이 불었나...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두려움에 몸이 움츠려들었다. 긴장한 살들이 더 투명해지고 점점 더 굳어갔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웃고 있다.

입은 끊임없이 오물오물거리고, 엄마 아빠는 쉴 새 없이 입속으로 넣어 주고 있다.


젓가락에 걸린 투명하고 두툼한 것에서 찍힌 초장이 뚝!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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