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

우크라이나는 말 그대로 '카드'가 없다

by 삼중전공생 Mar 06. 2025

현재 상황 : 즉각적인 방공망 붕괴로 패닉에 빠진 우크라이나


미국은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의 '재앙적인 회담(disastrous meeting)' 직후에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물자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일단은 몇 주 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군사 물자를 비축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젤렌스키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은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은 군사 물자 지원 중단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즉각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까지 미국의 정보 공유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의 위성 정보와 신호 차단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군대의 위치, 이동 경로, 예상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1.1. 러시아군에 대한 공세 작전을 효과적으로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1.2.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이 초래하는 위험을 공습경보와 휴대폰 경보로 사전 예고할 수 있었습니다.


2. 미국이 제공한 정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EU로부터 제공받은 서방제 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지원한 M142 HIMARS(다연장 로켓발사기, ATACMS(전술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와 영국과 프랑스가 지원한 스톰섀도(Storm Shadow, 공대지 스텔스 순항미사일)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와 미국 정보부가 형성한 타켓팅이 없다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져 전술적 가치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계획한 모든 공세적 작전을 중단시키는 것을 물론, 우크라이나의 방공망과 방어 능력 자체도 현저히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미국의 군사 물자 지원 중단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즉각적인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취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젤렌스키가 '광물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언급한 이후에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CIA 국장 래드클리프는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평화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한다'라고 언급하면서 정보 공유는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광물 협정' 서명 외에 우크라이나의 어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미국 정부는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악관이 얼마나 성실하게 이 협상에 임할지는 미지수로 보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정보 공유'를 중단한다는 것의 정치적 의미


미국은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군사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를 감시하는 군사 위성 군집이 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해당 권역에 대한 감시를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위성의 고도와 각도를 조정했습니다. 이는 위성의 대기 중 마찰로 인한 마모도를 높여 개당 수조 원짜리 위성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킬 수도 있는 조치였습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물자 지원을 중단한 이유 중 하나가 그가 연설에서 자주 언급했던 것처럼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면, 이번 정보 공유 중단 조치도 동일한 이유가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정보 공유'란 단순히 위성 정보나 자체 정보망을 이용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는 의미를 넘어서, 미국 정보부가 서방제 지원 무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타켓팅'에 개입하고 우크라이나의 공세적 군사 작전을 기획하는 데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푸틴은 이것을 보고 '사실상 미국이 이 전쟁에 참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 조치는 여하간 러시아에겐 큰 선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번 조치를 카드로 트럼프가 푸틴으로부터 어떤 반대급부를 받았을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정말로 젤렌스키를 평화협정 협상장에 끌고 나올 의도로 '정보 공유 중단'을 카드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정보 공유를 중단할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실제로 정보 공유를 중단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협 정도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의 의도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예상할 수 있는 이번 조치의 함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트럼프는 자신에게 당장 '돈'이 되지 않으면 상대가 '멸망'할지라도 버리는 사람임이 분명해졌습니다.

둘째, 푸틴은 물밑에서 트럼프와 접촉해 반대급부를 제공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그럼 우크라이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우크라이나는 EU나 프랑스의 중재로 서둘러 러시아와 평화협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기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평화협상 요구에 얼마나 성의 있게 응해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마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끌고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말했다시피, '카드'가 없습니다.


지금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우크라이나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에 어떻게든 이 전쟁을 끝냈어야 했습니다. 서방의 지원이 풍부할 때 잠깐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기도 했었지만 에너지와 자원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러시아와의 싸움에서, 애초에 시간은 러시아 편이었습니다. 러시아 침공 당시 키이우에 남아 국민과 군대를 결집시키며 '스타'가 된 젤렌스키이지만, 다소 욕심을 부리면서 전쟁의 종전을 지연시킨 패착은 우크라이나 역사에서 두고두고 논란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미국의 '정보 공유' 중단이 한국에게 주는 의미


마크롱은 이번 사태를 언급하면서 '미국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유럽군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주한미군과 미국의 '정보 자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군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합니다. 미국에 대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자기 위로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우크라이나 관계보다 한미동맹이 더 튼튼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미국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사실 자체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도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카드'가 없는 나라입니다.


때문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갖는 것이 매우 시급합니다. 트럼프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핵무장 같은 급진적인 방법은 극한의 상황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비교적 안전하고 그 후과를 예측가능한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건 무엇일까요? 저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한일 관계 강화를 꼽겠습니다. 현재 한국에게 가장 큰 전략적 위협을 가져다주는 나라는 단연 중국입니다. 이 위협을 공유하는 나라이면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입장이 아니라 동등하게 협력할 수 있는 나라는 아시아에 일본 밖에 없습니다.


저를 친일파라고 욕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독도 등의 문제에서 일본과 대립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도 잠재적인 위협으로 여길 수 있지만, 적어도 당장 직면한 큰 위협인 중국만큼은 아닙니다. 더구나 일본 또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그 행동 패턴을 우리가 예측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일본 극우가 여전히 정계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과거의 영광'을 찬양하는 태도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건, '한국은 카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참고 자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