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폭락, 트럼프의 관세 정책 때문인가
현재 상황
나스닥이 거래 마감 기준 4% 하락하면서 2022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기술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는데, 테슬라는 15.4%, 엔비디아는 5%, 아마존, 알파벳, 애플 등도 덩달아 하락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2.7%,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1% 하락했습니다. 소비자 심리도 해고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미국 증시가 고전을 하는 이유는 원래도 불안했던 경기에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한 경제정책이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의 경제 정책이 "미국산 상품 가격이 낮아지고, 외국산 상품 가격은 높아지며, 정부 적자와 이자율이 낮아져 전체 경기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보면 이런 효과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합니다. 왜 그럴까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위험한 이유 : (1) 경제 위기 초래 가능성
우선 외국산 상품에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도 뛰어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도 뛸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소비재라고 할지라도 수요탄력성이 적은 제품일수록 미국 기업들이 관세로 갖춘 외국산 소비재에 대한 가격우위를 가격 인상을 통해 대응하여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효과들 때문에 관세 부과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고용 감소와 성장 둔화로 이어집니다. 그럼 자연히 경기 침체로 연착륙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실질 금리가 하락하면서 무리한 대출이 늘어나고 금융 시장의 불안이 가중됩니다. 그래도 '미국의 경우 기축통화국이니 통화 가치 하락은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석유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으로 오직 달러로만 거래됩니다. 수입물가에 유가까지 폭등하면 미국도 문제지만, 유가 폭등은 한국 경기에도 치명적입니다.
한국 얘기를 한 김에 하나만 더 얘기합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 한국이 부동산과 얽힌 가계 부채 문제로 금리 인상을 주저해 양국 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외국 투자자들이 원화를 던지고 달러를 사서 나가게 됩니다. 즉 자본유출이 발생하고 환율이 상승하게 됩니다. 지금도 1400원대를 겨우 방어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 압박이 더 거세지면 외환보유고로 개입하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IMF 당시와 비교해서 한국 경제의 체력이 많이 성장하긴 했지만, 트럼프 임기 초반부터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고 아직 4년이나 남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다시 미국 얘기로 돌아가서, 그럼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끝날 일일까요? 아닙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학력 수준이 낮고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이 부족합니다. 지금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박수치죠? 하지만 멕시코 자동차에 들어갈 부품이 미국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은 간과합니다. 부가가치 기준 멕시코에서 생산된 미국 수출 자동차의 30%는 사실상 미국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그럼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실직한 이들의 구매력이 줄어들면 당연히 지역경제가 파탄나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제조업 종사 백인들이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미있는 일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위험한 이유 : (2) 대중 봉쇄 등 미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 저해
미국이 중국 뿐만 아니라 멕시코나 캐나다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국내 기업들의 탈중국, 그러니까 공급망 다변화의 인센티브가 감소하게 됩니다. 중국에서 너무 많이 수입하는 것이 경제 안보상 문제라고 본다면, 미국에서 수입하기엔 너무 비싸거나 불가능해서 구할 수 없는 물자는 적어도 우방국에서는 수입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방국에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매기면 미국 국내 기업들이 중국 말고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려는 이유를 느끼겠습니까?
또 캐나다에 우라늄, 니켈 같은 핵심광물에 관세를 매기는 것은 이중으로 바보 같은 짓입니다. 중국이 핵심광물을 무기화하려는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는 와중에 미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도 모자를 판입니다. 그런데 관세를 매겨서 공급망을 교란시킨다니요. 더구나 본인이야말로 신재생 에너지 지원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발전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그 전통적 전력 발전의 한 축이 바로 원자력 발전소 아닙니까? 실제로 지금 미국 내에서는 원전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데, 우라늄에 관세를 매기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미국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면 미국의 우방국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타국에 대해 '당근이나 채찍'을 써도 이전 보다 덜 반응하게 되고, 미국이 특정한 행동을 하리라고 공언해도 그 능력이나 의지를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우방국들은 중국으로부터도, 미국으로부터도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산업과 기술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합니다. 중국 봉쇄라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우방국과의 연대가 필수적인데, 이렇게 마이웨이식으로 관계를 훼손하면 장기적으로는 목표 달성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망치고 있다
한국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들이나 '이대남'이 그런 것 같은데, 바보입니까? 같은 보수라서 지지할 것 같으면 히틀러도 지지하지 그럽니까? 트럼프는 미국의 장기적인 미래에 도움이 안 되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입니다. 한국의 미래에는 그보다 더더욱 도움이 안 되는 위험한 인물입니다. 도대체 트럼프가 자신들에게 뭘 해줬는데 지지를 하고 앉아있습니까?
트럼프는 이미지 메이킹과 선동적인 메세지로 정치를 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저기 관세를 때려서 당장 미국의 국력을 과시하는데 집중하고, 그렇게 하면 미국 경제가 잘 나갈 것처럼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그렇게 지지자를 모읍니다. 그래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과를 내거나 장기적인 전략적 이익 달성을 위해 중요한 초석을 놓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선동되어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따라서 '엘리트주의(The Wise Men)'적이고 어렵고 또 복합한 전후 사정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이해할 능력도 없습니다. 미국 공교육의 처참한 붕괴가 결국 미국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딱히 한국이라고 이 미래를 비껴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