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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스태그플레이션 초래할까

트럼프가 '지구적 바보'인 이유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S&P 500과 나스닥의 급락이 일단 멈추었습니다. 2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덜 올랐기 때문입니다. 2월 CPI는 2.8% 올라 전월에 3%가 오른 것에 비해 상승률이 0.5% 낮아졌고, 블룸버그의 전망치인 2.9%와 비교해도 상승률이 0.3% 낮아졌습니다. 이런 기조 하에 엔비디아는 6.43%, 테슬라는 7.59% 급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건 3월 12일입니다. 트럼프 임기 시작 전부터 보복 관세 품목 목록을 짜던 EU가 즉각 대응했고, 캐나다도 보복 관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역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공급충격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을 미뤄볼 때 2~3개월 정도 후에 지표로 드러납니다. 그러니 이번 미국 증시의 반등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로, 미국 증시는 앞으로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보아야 하겠습니다.




트럼프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바보짓인 이유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막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관련 제품을 과잉생산해 세계의 철강 및 알루미늄 시장의 가격을 교란시키는 중국일까요?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철강에 대한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여 미국의 철강 수입량 중 중국산은 단 2%에 불과합니다. 현재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는 캐나다(22.7%)이며, 그 뒤로 브라질(15,6%), 멕시코(12.2%), 한국(9.7%)이 뒤를 잇습니다. 대체로 미국의 우방국이거나 우호국으로 여겨지는 국가들입니다. EU는 상대적으로 철강 수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건 애당초 EU의 철강 제조업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EU 철강 기업에게 미국은 2번째로 큰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16%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EU가 발 빠르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고 호들갑이 아닌 겁니다.


그럼 우호국들과 마찰을 감수하면서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 환호하고 지지해 줄 막대한 지지층이 있는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철강 산업 전체에는 15만 명 미만의 노동자가 종사합니다. 월마트만 해도 미국 전역에서 고용되는 인원이 150만 명이 넘습니다. 알루미늄은 또 어떤가요? 미국에 알루미늄 제련소는 단 4개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작년에는 2개만 가동되었습니다. 즉 트럼프가 이런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딱히 본인에게 명확한 정치적 이익이 주어진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번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갖는 의미가 있다면, '전 지구급 바보짓' 정도가 되겠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 스태그플레이션 초래할까?


이번 관세는 미국의 자동차 업체, 건설 업체, 캔을 사용하는 음료 제조 업체 등에 생산 비용 상승 압박을 주고 이윤을 저해할 것입니다. EU 등의 보복 관세 품목에 해당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가격경쟁력이 낮아져 시장과 거래처를 잃고 이윤이 악화될 것입니다. 당연히 기업들의 투자가 줄고, 고용이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상승한 생산 비용 압박은 결국 가격 인상, 즉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개연성이 큽니다. 이렇게 무작스러운 관세는 공급충격을 유발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입니다.


거시경제학적으로 투자와 소비는 함께 움직입니다. 투자가 줄어든 만큼 어떻게든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예일 예산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관세 전쟁의 결과로 미국의 가구당 평균 소비자 손실이 최대 3,400달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다시 기업의 매출 악화로 이어지면서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즉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미국 경기가 구조적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진입할지는 관세 전쟁의 후과가 반영되는 2025년 2분기 경제 지표를 봐야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강달러를, 강달러는 한국의 경기 침체를 부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연방준비은행이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만약 금리 인상이 실현된다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강달러가 지속됩니다. 또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그 자체로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국채에 돈이 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는 다층적이고, 그만큼 달러의 강세 압박도 거셀 것입니다.


한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들이 발맞춰 금리를 함께 인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지고, 경제가 이미 침체기였다면 이것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국가들도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한국입니다. 이렇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이 발생해 환율이 급등하고 증시가 폭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환율이 급등한다는 것은 원화의 구매력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곧 수입 물가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구조적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더욱 줄어들면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비가 줄면 투자도 줄고, 투자가 줄면 실업률도 자연히 상승합니다. '아니, 한국은 제조업 중심에 수출 주도형 국가인데, 환율이 상승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맞는데,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관세 전쟁'으로 초래됐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이 관세 장벽으로 한국 기업의 진출을 저지하면 원화 약세로 인한 효과가 상쇄될 수 있고, 오히려 증가한 불확실성 때문에 증시가 불안정해지고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이런 와중에도 강달러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한국은행이 조금씩 금리 인상이라도 한다면, 이자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더더욱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기침하자 한국이 감기에 걸린다'는 속담(?)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결론


제가 부두교 제사장도 아니고 미래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올지 안 올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중국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우방국과 동맹국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무역전쟁을 벌이면 미국에게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위험한 신호입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만 문제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미국이 우방국들과 관세로 다투게 되면 중국 견제를 위한 서방 진영의 연대는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로 이런 식으로 서방이 안보와 국방에 써야 될 국력을 의미 없는 무역전쟁에 소모한다는 그 사실 자체 때문에 대중국 견제가 약화되고, 둘째로 미국을 신뢰할 수 없게 된 우방국들이 장기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로를 모색할 것이기에 앞으로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 전략을 세우고 메시지를 내더라도 우방국의 협조를 얻기 힘들어져 또 견제가 약화될 것입니다.


다른 글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트럼프는 '바보'입니다. 부동산 비즈니스는 잘 알지 모르겠으나, 국가 경영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거의 익히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보좌진들의 조언이라도 귀담아듣는 사람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트럼프가 하고 있는 행동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장래에 그다지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미국을 망치는 것들만 골라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지지할 수 있다는 건, 본인이 트럼프보다도 더 바보란 뜻 밖에는 되지 않을 겁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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