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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뜸 러시아에 대규모 제재·관세 경고

전략적 경고인가, 오락가락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정보 제공을 중단하기로 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폭격했습니다. 러시아는 미사일 67발과 194대의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전력 생산 시설을 공격했고, 이중 절반 정도는 격추됐지만 나머지는 공격 목표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공격이 미국의 정보 지원 중단 때문에 성공한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푸틴이 이번 공격을 지시하는 데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냉담한 태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번 공격을 두고 트럼프는 이제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보여준 태도와 상반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관세' 부과 경고를 날렸습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돌변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달 푸틴과 전화통화로 90분 간의 '길고 생산적인(lengthy and highly productive)' 협상을 해왔음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협상은 공식 발표된 시점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백악관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완화 가능한 '에너지 부문 대러 제제' 목록을 내부적으로 작성하도록 관련 부처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와중에 찬물을 끼얹은 푸튼에게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제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사항들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은행 제제'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이지만, 러시아 은행들은 이미 장기화된 서방의 제제 속에서 이것을 우회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무엇보다 이미 이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서방의 제제를 견뎌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들에 대해 추가로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러시아 언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것도 '말폭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러시아로부터 영혼까지 뽑아먹을 생각인 트럼프 : 평화협정의 진행 방향


트럼프가 단순히 화가 나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관세 부과를 경고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기분이 나빠진 러시아가 미국에 응수했을 텐데, 지금 러시아는 그럴 처지가 아니고 트럼프는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푸틴을 '길들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이 상황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악화되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이 젤렌스키를 다루는 것은 너무 쉽습니다. 트럼프는 푸틴도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중인 것입니다. 평상시 러시아 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굴욕이지만 상황이 그렇습니다.


3월 초 ~ 4월 말까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장이 진흙뻘이 되는 라스푸티차 기간입니다. 이 동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설령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러시아가 대규모로 공세를 펼치기 어렵습니다. 그 동안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가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으로부터 막대한 '중재비'를 뜯어낼 것입니다. 이 기간에 푸틴이 지금과 같이 전술적으로는 성공적이지만 전략적으로는 오판인 '공격'을 감행한다면, 트럼프는 러시아에게 실제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전쟁의 평화협상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협상 시작부터 트럼프가 러시아의 손을 들어줄 리는 없습니다. 협상이 시작되면 트럼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공격을 '빌미' 삼아 말입니다. 그러면 푸틴이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약속하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판이 무르익으면 덥썩 붙잡아 우크라이나에게 가혹한 양보를 강요하며 이 전쟁의 결론을 러시아에게 유리하도록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현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적고, 따라서 이 협상은 앉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푸틴에게 유리한 것입니다.




트럼프는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아낼까 : 중국의 고립?


트럼프의 성향을 볼 때 당장 돈으로 환산할 수 있으면서 지지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을 얻어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좀 더 영리하다면 색다른 것들을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중국 고립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은 아무리 러시아가 이빨이 다 빠진 호랑이라지만 미국에게는 부담스럽습니다. 만약 이번 전쟁을 고리로 트럼프가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다면, 중국의 안보는 결정적으로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 2번째로 긴 국경을 맞댄 나라가 러시아입니다. 중국이 카슈미르, 대만, 남중국해 등지에서 분쟁이 커지면 그곳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후방인 러시아가 서방의 편에 붙어서 불안하게 굴면 안보적 역량을 분산해야 합니다. 중국은 그러한 동시다발적인 분쟁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은 없기 때문에, 미국이 러시아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면 중국이 우발적인 사고를 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를 채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 국방부 인사인 앨브리지 콜비의 저서, <The Strategy of Denial: American Defense in an Age of Great Power Conflict>는 의미심장합니다. 이 책에서 러시아를 반-중국연합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지나치게 큰 패권을 장악하면, 이건 러시아의 국익에도 위협이기에 미국과 러시아는 이런 점에서 안보적 이익을 공유하다는 취지입니다. 반복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이고 가시적이며 현금화가능한' 성과에 더 집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제가 상상력을 발휘해 본 것일 뿐입니다.




결론


바이든이 3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준 덕분에 러시아는 국력을 비생산적으로 소진하면서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게 되었고, 그 덕에 현재 트럼프는 러시아를 상대로 아주 좋은 카드를 쥐게 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협상장에 앉힐 의지와 능력이 있고, 지금도 이 둘로부터 어떤 달콤한 '중재비'를 뜯어낼지 열심히 희망 회로를 굴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은 짐작하기 어렵지만 당장 자신의 다음주 지지율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세계 경제와 안보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 Белый дом заявил о наличии предложений по санкциям против России (백악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제안 발표), (23. 3. 7. 21:08), RBC, https://www.rbc.ru/politics/07/03/2025/67cb35279a79473e732dfa0a?from=article_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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