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25% 인상은 왜 문제인가

트럼프는 중국 전기차를 돕고 있다

by 삼중전공생

현재 상황 :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압박이 낳은 대미 제조업 투자 증가


3월 26일, 트럼프는 4월 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물지 않는다. (If you don't, you're going to have to probably come to the United States, because if you make your car in the United States, there is no tariff.)"고 강조하며 이 조치가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증설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관세 조치에 대해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로 화답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표 직전,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는데 이는 관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됩니다. 이런 현대자동차의 투자 계획에는 루이지애나주에 최신 설비의 신규 제철소를 건설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 58억 달러를 투입해 건설되는 이 철강 공장은 연 270만 톤의 강판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되며, 1,300~1,4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산된 강철은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운영 중인 공장(및 건설 예정인 제3의 조지아 공장)에 공급되어 차량 생산에 사용됩니다. 즉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에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자재(철강)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부품·소재까지 아우르는 현지화를 추진한 것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이와 더불어 미국 내 완성차 생산 능력 확대와 신기술 투자 계획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28년까지 미국 생산능력을 연 120만 대로 늘리기 위해 9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자율주행차·로보틱스·인공지능 등 미래 자도아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6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지아주에는 이미 추진 중이던 75억 9천만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신공장이 곧 개소하여, 이 공장까지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곧 연 100만 대 이상의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로 현대자동차는 관세 부과에도 미국 시장 공급을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는 현지 생산기반을 갖추는 한편,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 현대차의 투자를 두고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며 크게 환영하며 자신의 관세 압박이 이끌어낸 투자라고 자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대미 투자를 발표했는데, 일부는 이미 예정되었던 계획을 재포장한 경우도 있지만, 분명 새로운 투자 움직임이 가속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미 2025년까지 미국에 1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를 세 배 규모로 확대 발표한 것입니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로 1천 명 이상의 직접고용이 창출되고,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증설로 추가적인 제조업 일자리가 생길 예정입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도요타 등 다른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미국 내 생산 확대나 신규 투자 방침을 내놓고 있어, 관세 발표가 단기적으로 미국 제조업 투자 증가를 이끌어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부상하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자동차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


(1) 미국 거시경제에 미칠 영향


미국 자동차 연구 센터(CAR, 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의 분석에 따르면, 완성차와 부품에 일괄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한 대의 평균 가격이 약 4,400달러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이라 하더라도 상당량의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므로 생산비 증가로 인해 차량 가격이 약 2,270달러 인상되고, 수입 완성차의 경우에는 대당 가격이 평균 6,875달러까지 오르게 된다고 합니다.


관세 부과로 부품 비용이 상승하면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가격과 차량 정비 비용까지 동반 상승하여 소비자 물가 전반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연준(Fed)은 관세 발표 이후 2025년 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7%로 상향했고, 2025년 미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관세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우려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중앙은행과 경제분석기관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관세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실질 구매력 저하와 거시경제 둔화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2) 미국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


자동차 가격 급등은 신차 구매를 위축시켜 자동차 판매 감소로 이어질 전마입니다. CAR 연구는 이번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200만 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신차 가격이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은 구매를 연기하거나 중고차로 눈을 돌릴 것인데, 이는 중고차 수요 증가를 유발해 중고차 값도 덩달아 오르는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또한 관세로 인해 차량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가격까지 올라 기존 차량을 계속 보유하는 비용마저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차량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내수 수요가 위축되는 장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3) 미국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수입차를 억제하면 국내 생산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경제연구는 전반적인 고용 순감소를 예측합니다. 앞선 CAR의 분석에 따르면 25% 관세 충격으로 미국 내 총 71만 4천700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하고, 연간 GDP가 592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특히 자동차 판매 감소에 따라 딜러 등 유통부문에서 11만 7천5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관세로 일부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가 보호받거나 늘어나더라도, 부품가격 상승과 판매 감소로 인한 산업 전반의 일자리 감소 폭이 더 커서 순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해외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장기적인 산업 재편 효과도 예상됩니다. 관세 부담을 피하려는 해외 기업들의 현지 생산 확대가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은 이번 관세 조치를 환영하며 "수십 년간 노동계급을 황폐화한 새로운 경제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 구조가 수입 의존형에서 국내 생산 중심으로 재편되는 효과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비위축과 관련 업계 고용 감소 등 단기 비용이 크게 발생하여 순이익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가 미중경쟁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에서 갖는 맥락적 의미


(1) 자동차 산업과 국가 안보 간의 깊은 관련성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미어샤이머는 국방력의 핵심은 공군이나 해군이 아니라 적국의 영토에 실제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육군에서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현대 육군의 핵심이 바로 궤도 및 비궤도 차량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차량들은 대부분 민간 상용 차량에 군용 통신 및 무장 장비를 탑재한 형태입니다. 가령 지휘통제차량, 전자전차량, 정찰차량, 탄약 수송차량, 연료차량, 야전정비차량, 병력수송차량 등이 그렇습니다. 이는 기술 이전 비용 절감, 부품 수급 용이성, 정비 유연성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시 또는 위기 시 자동차 산업의 생산라인은 군수품 생산라인으로 전용하기에 대단히 용이합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은 필요시 민간 기업에게 군수품 생산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때에도 자동차 산업이 주 대상입니다. 대표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GM은 탱크, 항공기 엔진, 트럭을 생산했고, Ford는 B-24 폭격기와 지프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 배터리 기반 차량은 무소음·무열 감지 작전 차량으로 특수작전, 정찰 등에서 유리합니다. 또 센서 기술(LiDAR, Radar, IR) 역시 군용 감시 및 표적 식별 장비와 동일 계열이며 민간 자동차와의 기술 융합이 활발합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은 군용 무인차량 개발의 핵심입니다. DARPA(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는 일찍이 이 기술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자율주행 차량 경진대회(DARPA Grand Challenge)를 열어왔는데, 이는 Waymo, Tesla 등 민간 자율주행 기업의 기술 진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매기면서 "자동차 산업이 군사기술 및 미래 첨단기술의 원천"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단순히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지지층 은혜 갚기 차원이 아니라, 미중 패권다툼 시기에 핵심적인 전략 산업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벌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상무부 보고서에서도 '과도한 수입차 의존으로 미국 기업들의 R&D 투자가 줄면 군용 차량 기술 발전에도 지장'이 생긴다고 지적했는데, 관세 조치가 부분적으로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있습니다.


(2) 전기차 시대의 도래에 치고 나가는 중국


세계 자동차 산업은 현재 100년에 한 번 있을 대격변이라는 전기차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3년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로, 5년 전(2018년, 2%)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여 2023년 한 해에만 1,400만 대에 가까운 전기차가 팔렸고, 누적 전기차 보유 대수는 4,0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중국은 신차 판매의 1/3 이상이 전기차일 정도로 시장 전환 속도가 빠르고, 유럽도 20%를 돌파했습니다.


이러한 전기차는 전통적 부품인 엔진·변속기 부문의 중요성이 적고 배터리, 전기모터, 전력제어, 차량 소프트웨어 등이 핵심으로 여겨지기에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기술집약도가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과거 엔진 생산기술이 없던 신흥 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는 부품 모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졌음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대비 2023년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1016% 급증해 160만 대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수출량입니다.


그중 중국의 비야디(BYD)가 2024년 세계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를 앞질러 1위를 차지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가격 대비 성능의 우위를 앞세워 동남아,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까지 파고든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 요인은 정부의 일관된 산업육성 정책, 거대한 내수시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배터리 등 핵심분야의 경쟁력, 낮은 생산비용 등이 꼽힙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관세는 동맹국에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중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이미 관세를 부과해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는데, 동맹국들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관세 정책을 통해 우회 경로도 차단하려고 한 것입니다. 예컨대 중국산 저가 부품이 한국이나 멕시코를 경유해 완성차에 쓰이는 것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는 왜 문제인가?


(1) 동맹국 자동차 산업의 위축과 중국의 어부지리


중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직접 진출이 원래 차단되어 있었으므로, 이번 관세 부과는 중국보다 동맹국들의 자동차 산업에 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칠까요? 독일, 일본, 한국 등의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을 잃지 않으려면 마진을 줄이거나 높은 인건비 등의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 자체도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문제입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 완성차 업체들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이윤이 감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와 가격경쟁으로 인한 마진 감소라는 양방향에서 압박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동맹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R&D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할 여력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하게 되면, 이런 위협과 압박들 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기술 추월을 막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견제할 동맹국 완성차 업체들이 허약해지는 게 과연 미국에 이득이 될까요? 아무리 자동차 산업이 안보상 중요한 전략 산업이라고 하더라도 독일, 일본,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할 건 아니지 않습니까?


(2)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


제가 이제껏 게시물을 올린 대로, 트럼프의 무계획적인 관세 남발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호 대상인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는 늘어날지 모르겠으나, 소비 위축으로 인한 판매·정비 등 연관 서비스업 고용이 더 크게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연준 연구 또한 관세 효과가 제조업 보호보다 비용 상승·보복관세로 인한 부정효과가 더 커서 순고용이 줄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실업률이 증가하는 와중에,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니까 스태그플레이션이고 더욱 문제인 것입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을 유발하거나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들어, 거시경제 안정에 부담이 됩니다. 물론 아직 연준은 관세로 인한 '기술적인 인플레이션'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관세를 얼마나 더 무작스럽게 부과할지에 따라 연준의 입장은 변할 수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3) '관세' 자체의 한계


관세는 행정명령에 의해 시행됩니다.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도 않고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때문에 트럼프가 의회의 시비로부터 자유로운 관세를 애용하는 면도 있지만, 그만큼 관세 정책은 정권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은 헌법상 3 연임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을 2번 했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3 연임은 불가능하고, 미국 민주당은 개헌 저지선은 확보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동맹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차기 정부에서 관세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촉각을 기울이며 상황을 관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1기 때도 자동차 관세 위협을 했지만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투자를 미뤘습니다. 이번에 자동차 관세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완성차 기업들이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4) 동맹국과 관계 훼손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이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막대한 구매력을 가진 거대 시장과 군사력으로 동맹국 각국에 강력한 레버리지를 쥐고 있기에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일지라도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것 같지만, 미국이 이렇게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을 남발하면 동맹국들은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의존에서 장기적으로 벗어나려 시도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중경쟁이 5~10년 안에 결판이 날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을 두고 갈 마라톤이라면, 미국이 이런 식으로 동맹국들에 대한 레버리지를 상실하는 것은 먼 안목으로 봤을 때 미국 자신에게 결코 유익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에 필요한 전략적 동반자들이 제대로 협조하도록 만들 수 없다면 미국이 전 세계에 지금과 같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더 할 말이 많지만 이 문제는 이미 다른 게시물에서도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이쯤 말해두고 넘어가겠습니다.




제대로 된 미국 자동차 산업 정책이란 무엇일까?


트럼프는 관세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를 부정하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즉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저 관세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다닙니다. 이런 식이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침식함은 물론이고 동맹국의 자동차 산업도 약화시킬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관세로 유발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경쟁으로 서방의 자동차 기업들이 고군분투할 동안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고 다닐 것임도 명약관화입니다.


따라서 정교한 산업정책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인 고율 관세 부과만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분명 제한적입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전기차 R&D 투자를 확대해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우수한 해외 인력을 유치하면서도 국내 교육을 강화해 인력 수급을 활성화하고, 우방국과 협력을 도모하여 탈중국의 충격을 완화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와 자동차 산업을 지키는 진정한 합리적인 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것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지원하는 바이든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축소·폐기하려고 추진하고 있고, 아예 교육부를 폐지하려고 하는 데다 석박사급 고학력 이민자들의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만들었으며, 동맹국에게도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영향력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정말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헷갈릴 정도이고, 중국이 보낸 스파이인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누누이 반복해서 말합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망치고 있습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망치는 방법도 아주 치밀하고 전략적이어서 미국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망치고 있습니다. 한국도 윤석열이 당선된 걸 보면 딱히 미국 국민들을 욕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수준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습니다.




참고 문헌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2화인도주의, 인본주의, 인권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