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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오류와 도덕주의 오류

by 삼중전공생 Mar 04. 2025

사실에서 당위를 도출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에서 당위를 도출하면 가령 이런 일이 가능합니다.



'남성들은 성욕이 강하다' (사실)


'따라서 남성들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당위1)


'따라서 남성들이 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정당하다' (당위2)


'따라서 남성들은 포르노물을 볼 권리가 있다' (당위3)


'따라서 남성들은 정조대를 차야 한다' (당위4)



사실상 한 가지 사실에서 무한한 개수의 당위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즉 사실에서 당위를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사실상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타당한 당위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남성들이 성욕이 강한 것'이 참인 사실인지, 거짓인 사실인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대한 진술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런 오류를 '자연주의의 오류'라고 합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반대의 오류를 '도덕주의의 오류'라고 합니다. 가령 이런 식입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 (당위1)


'따라서 모든 인간의 생김새는 똑같다' (사실1)


'따라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잠재성은 동등하다' (사실2)


'따라서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능력은 동일하다' (사실3)


'따라서 흑인과 백인의 지능은 차이가 없다' (사실4)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방구석에서 참인 사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논증에 문제가 있음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오류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가령 진중권과 이준석은 이런 식의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준석: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더 강합니다. 그래서 여성은 남성에 의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됩니다.


진중권: 지금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러도 된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당장 사과하세요!



언뜻 보면 이준석이 말실수를 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과 당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은 진중권입니다. 이준석은 사실 명제에서 사실 명제를 도출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참이건 거짓이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것을 비판하고 싶다면 진중권은 이준석이 제시한 사실 명제의 반례을 제시하면 됩니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능력이 같다든지, 여성이 남성에 의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지 않다든지 말입니다.


사실과 당위, 이것을 항상 구분하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럴듯한 개소리에 속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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