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그 밤, 우리는

by Woo seo

그리고 언니와 셋이서,

한 잔, 두 잔…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날 밤,

을왕리의 파도 소리 너머로

두 사람의 마음이

조금 더,

확실하게

닿았다.


자정이 넘을 무렵,

언니는 포차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앉아 있었다.

“지수야! ”
언니 진짜 형부~!!”

형부가 웃으며 다가와 언니를 번쩍 업었다.

“가자, 여보. 지수 방해하지 말고~”

그런데 등에 업힌 언니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외쳤다.

“지수야!!! 저 남자 괜찮다!!!
근데 준혁 씨!!! 지수 울리거나 불행하게 하면...
내가 진짜 가서 죽여버린다?!”

그 순간—

테이블에 고개 박고 있던 준혁이

벌떡 일어났다.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채

쾅 소리와 함께 바로 기절 모드로 돌아갔다.


지수는 웃음을 참았다. 그냥 그런 준혁이 귀여워 보였다.

형부는 "야 진짜 괜찮은 놈이네"라며 킥킥 웃었다.


술기운이 가득한 준혁은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지수의 어깨에 반쯤 기댄 상태로 차에 올랐다.


갑자기

준혁이 눈을 반쯤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쁘다…”

지수는 눈이 동그래졌다.

“…네??”
“지수 씨… 왜 그렇게 이쁜 거예요…?”

지수는 미소와 함께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 그건 저도 몰라요.?”
“진짜 너무 이뻐요.
근데…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지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없어요. 썸 타는 사람은 있어요.”
“… 썸 타는 사람… 좋아하세요?”
“그런 거 같아요.”
“…그럼, 일단… 제가 먼저 고백할게요.
지수 씨, 저랑 사귀어…… 아니지,
그냥 결혼해 주세요.”
“네?! 결혼이요? 갑자기요?”
“네. 다른 건 몰라도요…
지수 씨 절대 힘들게 안 해요.
경제 걱정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루틴대로만 살아서요.
쓸데없는 짓 안 해요.”

지수는 너무 웃겨서 진짜 혼자 터졌다.

“청혼을 이렇게 해요? 술 취해서?
맨 정신에 고백부터 해주세요!”
“예~ 고백… 내일… 합니다…”
“... 그리고… 우리 집엔 어떻게 갈까요?
저 운전 못 하는데 대리 기사 번호 아세요?”
“응…?”


대답은 없었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지수는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부! 언니 괜찮아요?”
“어, 잔다. 코 고는 중. 아주 탱크야.”
“ㅋㅋㅋ 내일 숙취 어떡하죠?”
“지옥 걷는 거지 뭐~ 근데 그 남자는 괜찮아?”
“지금 자고 있어요.”
“너 운전 못 하잖아. 대리 불러줄까?”
“네. 부탁드릴게요.”


10분쯤 후,

대리 기사님이 도착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 음, 일단… 여기요.”

지수는 자신의 집 주소를 찍었다.

준혁의 집을 몰랐기 때문이다.


30분쯤 지났을 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준혁이 입을 열었다.


“지수 씨가 운전 중이에요…?”
“아뇨, 대리 기사님이요.
근데 준혁 씨 집은 어디예요?”


그리고 또 조용.

다시 잠 속으로.


1시간 후, 지수의 집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자 갑자기 준혁이 눈을 번쩍 뜨며 기사님을 보고

“누구세요?!”

대리기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대리기사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대리비 얼마입니까…?”

금액을 듣고 지수가 지갑을 꺼내려했지만,

준혁은 팔을 쭉 뻗어 막았다.

“안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잔돈은 괜찮습니다.
무사히 모셔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혼잣말했다.

‘이렇게 까지 예의 바르다고?’


집에 들어오자 준혁은 침대에 털썩 앉더니

지수를 보고 말했다.

“지수 씨… 저 보러 오셨어요?”
“네?”
준혁 씨, 씻고 자야죠!”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상의를 벗더니

하의에도 손을 댔다.


“어어! 잠시만요!! 준혁 씨!!!

여기 화장실 아니에요! 옷은 화장실에서 벗어야죠!”

지수는 허둥지둥 파자마, 수건, 칫솔에 치약까지 쥐여주며 말했다.


“샴푸는 머리!
클렌징은 얼굴!
이건 입!
그리고 이 옷 입고 나오셔야 해요!”


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네! 알겠습니다. 지수 씨 말대로 하겠습니다!”

준혁이 씻는 동안,

지수는 방을 정리하다

괜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근데... 몸 좋을 거 같긴 하다…”


잠시 후,

준혁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씻고 나왔다.

“... 뭐야, 뭐야… 왜 이렇게 멀쩡해…”


지수는 조용히 욕실로 들어갔다.

씻으며 생각했다.

준혁 씨의 몸매를... 그리고 혼잣말로

미쳤어 미쳤어 이지수 정신 차려!


준혁은 이미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지수는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

조심스레 이불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조용한 숨결.

평온한 표정.

그렇게 바라보다—

지수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오늘… 참 이상한 하루였네.’
이렇게 준혁 씨가 항상 옆에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살며시

잠에 들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