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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바꾼 학교, 학교가 바꾼 세상

그들은 우리와 함께 공부한다.

by 김지향 Mar 23. 2025

아침 8시 30분. 학교 복도는 늘 그렇듯 아이들로 붐볐다.

책가방을 메고 카페테리아, 오케스트라 교실, 밴드 교실,

도서관으로 향하는 아이들. 그리고, 웃음소리들.

나는 오피스 문 앞에 서서 그들을 지켜본다.


그때였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반대편에서 오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학생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는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그 손을 받아쳤다.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순간.


미국에서 장애 학생들은 공립학교에 다닌다.

그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법이다.

1975년, 모든 장애 아동에게 무료로 적절한 공교육을

보장하는 법이 제정되었고, 이후 법 개정을 거치며

개별적인 지원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54년, 미국 대법원은 흑인과 백인을 분리 교육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판결은 장애 학생을 둔

부모들에게도 희망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투쟁했다. 그리고 1972년,  마침내 법원은

‘장애 아동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 후, 한 세대가 바뀌었다.

그렇게 지금의 학교가 만들어졌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곳.

함께 수업을 듣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들 중 누군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템플 그랜딘(‘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내 강점‘이라며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극복한 동물학자)처럼,

닉 부이치치(사지 없이 태어났지만, 전 세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연설가)처럼.


나는 미국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히 ‘좋은 문화’가 아니라,

누군가 치열하게 싸워 얻어낸 결과라는 걸.

누군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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