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2세 때에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내가 7세 때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불화가 마침내 그 끝을 본 것이다.
이 이후엔 더 큰 불화가 찾아올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나와 형제들은 어머니와 살게 되었다.
13세 여름 무렵 어머니가 재혼하였다.
가장 서운한 것은 우리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권리를 주장하고 싶고 존중받고 싶었나 보다.
1년쯤 지났을까.
새아버지의 술주정과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새아버지가 귀가하기 전 엄마의 비상신호가 울리면
찜질방에 도망치곤 하였다.
하도 반복되어서 나중에는 나만의 피난 응급키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급히 도망칠 수 있게 그리고 나는 학교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만 6년이다.
그런 탓에 아직도 우리 가족들은 몸이 기억하는 불안을 늘 달고 산다.
몇십 년이 지난 후에야 지금 드는 생각은
올바른 가정환경에서 자라질 못한 어린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생기고, 아이들은 사랑받아 마땅하고, 그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되는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귀중한 존재라는 것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내 결핍과 아픔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 그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사람은 귀중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아야 어른이 되어서도 튼튼하게 자란다.
그래서 나는 내 아픔을 대신하여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그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이 마음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꽃으로도 때릴 수 없는 고귀하고 사랑받을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