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올바른 사랑이란 무엇인가

by 아를

나는 어릴 적 아버지와 새아버지 때문에 남자인 친구들을 매우 어색해하고 꺼려했었다.

올바른 남성상이 나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청소년 시절에도 이성에게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성인이 되고 친구들이 하나둘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나만 계속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게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20살 나는 꽤 많은 고백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21살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남자애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유쾌했고, 제법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남들이 다들 경험하는 연애라는 것이 궁금했다.

그와 연애를 시작하고, 초반에는 별문제 없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다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스라이팅과 잦은 잠수로 나에게 벌을 주곤 했다.

그는 항상 그랬다. 버릇 고치려고 그랬다고..

그의 아버지가 그의 어머니에게 한 행동을 배운 것 같았다.

그와의 관계가 어느덧 한계가 찾아와 이별을 고 했던 날 그는 분노조절장애처럼 차 창문을 주먹으로 치고 겁을 줬다. 그리고 흐느끼며 울었다.

나는 도망가야 하나 진정시켜야 하나 고민됐다.

그간 새아버지의 폭력에 단련된 나는 그의 행동이 크게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감정의 병이 있나 싶었나.

그 순간 나는 마더 테레사처럼 굴게 되었다.

그러질 말았어야 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누누이 들어온 말인데도

그놈의 편견을 갖지 않으려는 나의 신념이 그럴 때 발휘해서는 안 됐었다.

그 뒤로도 그는 계속 나를 아프게 했고, 군대에 가서도 전역을 하고서도 나를 믿지 않고 지치게 했다.

나는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닌 의지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던 탓에 갖은 핑계를 대며 헤어짐을 미뤄온 것 같다.

그는 헤어질 당시 우리 가족에 대한 모독적인 말과 폭언을 일삼았다. 나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내게 "너 가족이 그렇게 사니까 그렇게 밖에 못 사는 거야 (가난함) ”

그 이야기를 마친 몇 시간 후 해가 진 밤 그에게 사과받으러 찾아갔다. 그는 술에 취해있었고

나를 강제추행했으며, 나는 많이 수치스럽고 역겨웠다.

나도 사과하지 않아 똑같은 말로 갚아주었더니

두 차례 얼굴을 가격하여 고막이 터지고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졌었다.

그는 그 자리를 떠났고, 그다음 날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그의 엄마에게 자초지종 설명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너네 어쩌다 그렇게 됐니?”

괜찮냐는 말은 없었다.

“아버지랑 사업 모임이 있어서 연락 못 한다 지금”

그러곤 끊었다.

나는 귀가 너무 아팠는데 당시 고막이 터진 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그의 행방은 축구를 하러 나갔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멀쩡히 사는 것이 끔찍했다.

그 뒤로 가족에게 알린 후 병원에 입원했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니 그의 가족은 그제야 연락이 왔다.

나는 1달 반 입원해 있었다. 밥도 먹지 못한 채 수액으로 연명하고. 집에 가서는 공황이 찾아와 매번 숨 막힘에

시달려야 했었다.

그 뒤로 이 악물고 버티며 다시 일을 했고 그 이후에도

나의 남자들은 아주 이상한 만남만이 있었다.

바람둥이라든지 말이다.

사회적으론 일도 성실히 하고, 불우이웃도 돕는 그런 사람들이었는데 성적인 관념과 이성에 대한 가치관은

성실함과는 무관했다.

나는 그래서 결국 지금까지도 올바른 남성상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이 되었건 사랑이란 것이 어떤 형태고 정상적인 것인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이 있길 한줄기 빛 같은 소망은 품고 산다.

이 이야기를 다루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혹시나 나에게도 배우자가 생긴다면 이런 이야기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글을 쓰고 기록해두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비롯해 나를 보듬어줄지 모르니 말이다.

그래 결국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결국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를 사람답게 여겨주는 것.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것.

내가 아플 때 도망가지 않는 것.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 것.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런 사랑을 나는 여전히 기다린다.

언젠가는,

그런 사랑이

내게도 올 거라는 걸 믿으면서.

keyword
이전 12화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