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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한 머리보다 뭉툭한 연필을

메모라는 작은 습관

by 심야피자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을 마주하고 저장하고 잊고 기억하기를 반복한다.


한 구석의 기억을 꺼집어 내는게 예전만큼 빠릿하지 못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억이 올바르게 저장되었나 돌아보면 저장 과정에 오류가 있음도 깨닫는다.


단어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고 같은 사건을 두고 네가 맞느니 내가 맞느니 티격태격하는 빈도도 늘어난다.


그럴 때면 다시금 되새기는 구절이 있다.

"네 샤프한 머리보다 뭉툭한 연필 끝을 믿어라"


그 정도 쯤이야 내가 다 기억할 수 있다 자부했지만 선명할 줄 알았던 기억들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왜곡되는 상황들을 마주하며 뭉툭한 연필이 나보다 낫구나 새삼 다시금 깨닫는다.


뭉툭한 연필 끝으로 써내려간 흔적들은 흐릿해지는 기억과는 다르게 과거의 그 순간의 일들을 비교적 또렷하고 온전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당시의 감정과 분위기도 함께 전해준다.


오늘 써내려간 이 한글자 글자들이

언젠가 오늘을 떠올리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의 감정들도 기억나게 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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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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