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좌충우돌 회사 생활 2
용장, 지장, 운장
역사란 필연과 우연이 얽힌 거대한 직조물이다.
그 직물의 실타래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뚜렷한 얼굴 하나를 기억한다.
삼국지라는 영웅서사에서,
그 얼굴은 누구였을까?
장자의 지혜를 지닌 자, 제갈공명.
일필휘지로 진형을 짜고,
하늘과 바람을 부리던 그는 지장(智將)이었다.
칼 한 자루로 수만 병사를 상대하며 유비의 아들을 구출한
조자룡은,
단연 용장(勇將)의 대명사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묻는다.
"그 많은 장수와 책사 중, 누가 삼국의 최후 승자인가?"
놀랍게도, 그 답은
유비도, 조조도, 손권도 아닌, 사마의다.
그는 무력의 화신도 아니었고,
번뜩이는 전략으로 판을 뒤집는 선봉의 책사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조용히, 끝까지 살아남아 결국 사마씨 일가가 삼국을 통일하고
진나라를 세우게 만든 기반을 닦았다.
그를 두고 후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마의는 운(運)의 사람이다. 천운(天運)이 그를 선택했다.”
기(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셋, 운(運)으로 열을 완성한다.
“기삼운칠”
이는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의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재능은 종이칼처럼 휘어지고 만다.
제갈공명은 어땠는가?
그는 천하의 지혜를 갖추었으나,
하늘은 끝내 유비에게 완전한 왕좌를 허락하지 않았다.
조조는 어땠는가?
강철 같은 결단과 냉철한 수 싸움을 자랑했으나,
그의 자식 대에 이르러 그 기반은 와해되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그는 때로 병을 핑계로 전장을 피했고,
때로 바보처럼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때가 오면 날카롭게 눈을 뜨고,
움직였다.
그는 시기를 기다렸고, 하늘이 허락한 흐름을 읽었다.
그가 택한 것은 ‘지금 이기기’가 아니라,
‘결국 이기는 것’이었다.
운(運)은 우연의 선물이 아니라, 준비된 자가 타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운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람들은 흔히 운을 로또나 요행처럼 여긴다.
그러나 진정한 운은
감지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기회는 늘 세상의 틈 사이로 흐른다.
그 흐름을 읽는 자만이,
그 물결 위에 올라탈 수 있다.
사마의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기다릴 줄 알았다.
그는 감정보다 흐름을 중시했고,
욕심보다 시간의 편에 섰다.
무릇 운이란, 지혜로 다듬어진 침묵 속에 깃든다.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
운은 오히려 재앙이 되고,
겸손 없는 자에게 행운은
자만의 불꽃을 피운다.
그러나
준비된 자에게 운은
문득 열린 문이며,
인내한 자에게 운은
때를 알고 내려온 달빛이다.
마지막 승자는, 천운을 안고 조용히 걷는 자다.
나는 젊은 날,
재능 하나면 세상을 꿰뚫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월은 내게 가르쳤다.
지혜는 실력을 가꾸되,
운을 알아보는 눈으로 완성된다는 것.
우리는 날마다 기량을 닦아야 하되,
세상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사마의처럼.
지켜보며,
견디며,
순간이 오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삼운칠의 지혜다.
그러니 오늘도
내 안의 ‘기’를 연마하면서,
하늘이 허락할 ‘운’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운은 언젠가 반드시 온다.
그것이 당신의 성실한 침묵을
기억하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