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좌충우돌 회사 생활 2
심플 이즈 뷰티풀, 단순함은 곧 아름다움
인생은 복잡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도,
일이라는 이름 아래 주고받는 판단도,
무엇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덧붙이는 일’에 익숙해진다.
말에 말을 보태고, 문장에 설명을 붙이고,
회의에는 회의를 얹는다.
그러나, 과연 그 많은 것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가?
LG에 몸담고 있던 시절,
나는 한 프로젝트를 맡아 깊은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기업의 보고 문화를 ppt로 바꾼 혁명 같은 순간이었다.
어느 날, 수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원인을 분석한 끝에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나는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수십 장의 슬라이드와 도표가 쌓여 있었지만,
그 속에서 명확함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미국인 컨설턴트 친구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리고 아주 담백하게 말했다.
“Simple is beautiful.”
그 말은 마치 내 머릿속을 덮고 있던 짙은 안개를 걷어내는 바람 같았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내내 복잡하게 얽어 놓았던 생각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했다.
슬라이드 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문장은 짧고 명확하게 바꾸었으며,
무엇보다 핵심을 드러내는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
단순함은 결코 가벼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질에 다가가려는 지적 절제의 미학이자,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낸 깊이의 표현이었다.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중심이 또렷이 드러났다.
그날 이후,
“Simple is beautiful”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회의를 준비할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안에 불필요한 것은 없는가?”
덧칠된 감정,
쓸데없는 변명,
복잡한 포장들을 걷어낼 때
비로소 진심과 진실이 남는다.
우리는 종종 복잡함 속에서 위엄을 찾으려 하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진실 하나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고맙다는 인사,
괜찮다는 위로-
그 모든 것은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하다.
그것이 바로 심플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지금도 수십 년 전 그 미국인의 웃음을 기억한다.
그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Simple is beautiful.”
그 문장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복잡한 문장과 생각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단순함은 선택이 아니라 태도이며,
단순함은 비움이 아니라 깊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깊이를 향해
오늘도 한 문장, 한 생각씩
덜어내며 나아간다.
보다 단순하게, 보다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