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연애와 결혼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낯설 만큼 조용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았다.
그녀는 책을 사랑했고,
그는 야구를 사랑했다.
그녀는 섬세했고,
그는 직선적이었다.
그녀는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를 읽는 아침을 좋아했고,
그는 번화한 거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밤을 즐겼다.
처음엔 그 다름이 매혹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세상의 넓이를 알려주었고,
그녀는 그에게 고요한 생각의 세계를 건넸다.
그들은 서로의 눈을 통해 낯선 풍경을 보았고,
그 안에서 천천히 가까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다름은 서서히 불편함이 되었다.
그녀는 그의 거침없는 말투에 상처받았고,
그는 그녀의 침묵 속에 지쳐갔다.
좋아하는 음악도,
좋아하는 음식도,
심지어 좋아하는 계절조차 달랐다.
그때 그녀는 자문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다를까?”
“사랑은 닮음일까, 다름일까?”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는 ‘인지 밸런스 이론’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어떤 대상 간의 관계에서 균형을 추구한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싫어해야 마음이 편해진다.
균형이 깨지면 불편함이 생기고,
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관계를 바꾸거나 생각을 바꾼다.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힘들었던 것은 다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늘 닮아야만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어쩌면 진짜 사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속에,
우리는 이해와 조율, 그리고 선택을 배워간다.
그녀는 이제 안다.
다름은 곧 대화이고,
이해이고,
사랑이 성장하는 기회라는 것을.
무조건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이보다,
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더 깊고 단단하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그녀는 그와 나란히 걷는다.
그는 이어폰을 나눠주며 신나는 록 음악을 틀고,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그와 리듬을 맞춘다.
비록 좋아하는 음악은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의 마음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