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도를 원하시나요
체온은 평균 36.5도.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정상 체온 범위는 36 ~ 37.4도 사이라고 한다.
우리 몸속에는 열감지 장치가 있는데 몸에 이상이 생기면 이것이 스스로 작동하여 원래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다. 고열일 경우에는 땀을 배출하거나 대사량을 낮추고 저체온일 경우에는 대사량을 올려서 발열을 극대화하도록 말이다.
그래서 큰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 몸의 온도는 웬만하면 정상 범위 내에 있다.
정상 범위를 유지하는 게 조금 어려운 데가 있다. 직장.
출근하는 일부터가 피곤한 일인데 자리에 앉는 순간 그것은 배가 된다.
우선 각종 보고와 계획서 작성. 알맹이는 없는데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는 일.
불필요하고 왜 하지 싶나 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월급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생각해서 해보기로 한다.
끙끙 앓다 A를 갖다 주니 A가 아니란다.
지시하는 사람과 지시받는 사람 간 의견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다.
일에 대한 불평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불만도 커져만 간다.
상사와의 관계도 물론이거니와 후배나 동료의 관계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후배의 눈치를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말을 할까 말까. 차라리 안 하고 시간이 지나면 본인이 깨닫겠지.
사무실 내에서는 끙끙 앓는 게 당연하다.
말 한마디 하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차라리 입을 닫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키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만 하고 그 이상의 움직임은 불필요하다.
하물며 가족끼리도 서로 다른 독립된 개체인데 다른 가족과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과 맞추는 게 그리 쉬울 수가 있을까 싶다.
직장에서의 온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내 열감지 장치는 부단히 작동한다.
그렇게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작동하는 장치가 사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뜨거움이 이상하지 않다. 차라리 정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통 사랑을 시작할 때는 한눈에 반한다거나 서서히 스며들어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매일 연락을 하고 매일 얼굴을 마주해도 뒤돌아 서면 생각나는 그대이다.
아무리 정적인 연인 사이라 하더라도
뜨거움은 내재되어 있을 뿐 마음이 뜨겁지 않은 것이 아니다.
서로 뜨거움을 갈구하고 언제든 데일 준비가 되어 있다.
열감지 장치는 잠시 기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뜨거움이 계속 뜨거울 수는 없다.
시간의 문제이며 선택지가 놓이게 된다.
Go or Stop.
온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발전적인 관계에서는 뜨거움은 안정감이란 놈으로 대체된다. 서로 간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온도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계에서는 새로운 선택을 한다.
가치관, 성격 등 새롭고 서로 달라서 끌렸던 것들이 헤어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마다 각자 고유의 온도가 있다.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적당한 온도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적당한 온도가 누구에게는 너무 뜨거울 또는 차가울 수도 있겠지.
나의 온도는 과연 몇 도이고 너와 나 사이의 온도 차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