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루틴,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아
퇴사날은 내가 회사에서 가장 행복한 연예인이 된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더 이상 이런 짜치는 일, 짜증나게 하는 사람,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잠깐의 해방감이 몰려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무식하지만 용기있게 퇴사를 선언한 나를 부럽게도, 걱정스럽게도, 응원하는 눈빛으로 감사한 말들을 해줬다. 참 양면적이게도 '그래,,, 나쁘진 않았던 회사였을지도? 조금 더 참을걸 그랬나?'라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냥 다니려면 다닐 수 있는 회사였다.
회사에 안힘든 사람없고, 안 바쁜 사람없고, 사연없는 사람없으며, 안맞는 사람이 한명 쯤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도 어쩌면 입사 후 3개월 이후부터는 계속 퇴사를 희망했던거 같다.
문득 30이라는 나이가 현실로 다가오며 나의 미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들의 모습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용기가 생겼다.(선배들의 모습,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던 나의 미래의 나와는 거리가 있어보였다는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나의 성격, 말투, 표정이 회사에서의 일과 관계들로 사납고, 싸가지 없고,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바쁜 일보다 더 힘들었던 건 사람간의 관계, 늘어나기만 하는 일의 양에 체할거 같은 느낌, 그럼에도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만 같은 상황이 주는 우울감과 무력감을 직장인들은 알 것이다.
팀 내에서 미묘한 짜증들과 불합리함이 예민하게 느껴지지만, 대차게 하고싶은 말은 하는 성격이 되지 못해 끙끙앓다가 퇴근할때 지하철에서 초점없는 동태 눈으로 가방을 질질 끌고 또 한번의 버스를 갈아타 집에 도착한다. 자기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감정과 체력이 다해 바로 침대에 눕는다. 눈을 감으면 '왜 그 상황에서 의견 한번 못 냈지? 왜 나만 바보가 되었지?' 라는 자책감에 유투브를 켜서 흥미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애매한 새벽에 씻고 다시 유튜브를 보다가 새벽 늦게 잠에 든다.
성공한 사람들만 루틴이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우울할 수밖에 없는 우울루틴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직장에서 탈출했다.
지금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NO. 정처없이 부표에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은 불안정적인 느낌이다.
그럼에도 난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화장실 한번, 휴가 한번 쓸 때마다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 욕 먹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미래에 한번 더 도전하는 나의 용기가 사랑스럽고, 불안정함에도 행복하다.
이제는 돛을 달고, 스스로 노를 쥐고 나아가는 배가 되기로 했다. 어딘지 정확히 몰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앞으로 가는 길을 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