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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by 정지원

문을 열어 방 안 습했던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냈다.


매미가 나무에 매달려 울기 시작했을 무렵 무더운 여름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며 머리 위 떠 오른 태양을 피해 길게 뻗은 소나무 밑 선한 그늘로 들어갔다 나지막한 잔디는 바람 따라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나뭇가지 사이 보이는 길을 따라서 걸어보았다.


옆 흰 민들레 만개한 꽃밭을 보고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춰 사진으로 담아내기에는 벅찬 풍경을 눈에 담고 서서히 지는 해를 점차 연보랏빛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천천히 떠오를 달을 기다렸다. 흘러가는 구름을 잡지 않고 놓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빛이 흐릿하게 구름에 가려 빛이 나지 않으니 집으로 돌아가 어두운 밤이 곁으로 다가오면 침대 위 이불을 가슴팍까지 덮고 튀어나와 있는 발가락을 숨겨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를 손에 쥐고서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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