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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아내집의 아침 풍경 - 한별이는 5학년

by 여포아내

편은 7시 전에 출근하고

저는 자고있는 한별이를 7시 10분부터 깨우기 시작합니다.


간신히 잠 깨서 나오는 한별이에게

" 한별아 엄마한테 아침인사 해야지~ "

" 아이 잘 잤다

아침이 좋~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엄마 사랑해요 "

하고 엄마를 안아줍니다.


이 4 문장은 한별이가 어릴 적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에게 해주는 인사입니다.

처음 인사를 시킬 때 어떻게 해얄지 몰라하기에

이렇게 알려주고는 지금은 거의 자동반사입니다.


" 한별아 잘 잤어 사랑해

오늘도 복 많이 받아

좋은 일 많이 하고, 돌아오는 복 다 받아 "


처음에는 이렇게 다정하고 화목하고 참 아름답지요.

그렇지만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집니다.


한별이는 씻는다고 화장실에 들어가고 곧 쏴솨 세면대 물소리가 들리지만

저건 ' 저 씻고 있어요 ’ 라는 거짓 신호이고 아마

변기 위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을 거에요.

" 한별아 빨리 씻고 나와라 "


어찌 씻고 나와서 식탁에 앉아서는 밥 먹는 것이 아니라

어제 문방구에서 사온 레이저포인터 빨간 불빛을 휘둘러댑니다.

냉장고에 쐈다가 엄마한테 쐈다가 이리저리 휘두르기도 합니다.


" 한별아 오늘 8시 컴퓨터 수업있잖니. 지금 7시 30분이야. 왜 이렇게 해찰하는 거야. 선생님이랑 8시 약속했잖아.

늦으면 그만인거니! "

" 얼른 밥 먹어! "

화가 나서 큰 소리로 한별이를 혼내요.


" 엄마 오늘은 좀 쌀쌀맞네? "

엥 쌀쌀맞다는 표현에 좀 웃음이 났지만

" 그래 쌀쌀맞다 "

쌀쌀맞게 대꾸했습니다.


근데 밥은 안 먹고 식탁 아래서 자기 발을 제 발 위에 올리고 비비면서

“ 엄마 나 발 시려워 ”

“ 그럼 밥 한 술 먹고 가서 양말을 신고 와! ”

“ 이러다 또 밥 먹다말고 나가든지, 아니면 컴퓨터 수업 또 늦겠다구! ”

한별이는 양말을 가져와 신으면서 혼잣말을 합니다.


“ 아침에는 엄마를 기쁘게 해 주기 어렵네 "


띵!!!

아,,, 한별이의 이 말을 듣자 속으로 너무 놀랐고 마음이 찔렸습니다.

마음이 찔리고 미안해져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은 좀 가라앉았습니다.


“ 자 성장기 어린이야, 잘 자라도록 밥을 많이 잘 먹자 ”

“ 엄마, 나 잇몸이 아파서 밥을 빨리 못 먹어. 씹는 것도 천천히 씹어야 하고 많이도 못 먹어요 ”

어제 치실 쓰다가 잇몸을 좀 다쳤거든요.

그래 아프긴 할 거 같어. 내일이면 좋아질 거야.

잇몸 아프니까 이따가 비타민씨도 꼭 먹자.


한별은 밥을 다 먹고 이제 비타민씨를 먹으려 합니다.

입에 물을 머금고는 손에 비타민 분말을 들고 엄마 옆으로 옵니다.

“ 아! 아! ”


비타민 먹는 자기 모습을 보라는 거에요.

자기 잘 한다고 보라는 거에요.

분말이 너무 시어서 평소는 잘 안 먹으려 하는데

지금은 자기 잘 먹을거니 보라는 거에요.


“ 아 먹었다 ”

“ 응 아유 잘 먹었네. 잘 했어 ”

저의 짧은 칭찬에 한별이는


“ 흐응~~ 내가 엄마 행복하게 해줬다 ”


아윽....

아..... 아까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음이 크게 맞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벽에 손을 짚어 기댔습니다.


한별이는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 한별아.

아까 밥 먹을 때 엄마 기쁘게 해 주기 어렵다고 했잖아.

그 말 들었을 때 엄마 속으로 깜짝 놀랐어.

엄마는 쌀쌀맞게 대했는데 한별이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했구나

한별이의 다정한 마음과 그 말이 정말 고마웠어.

미안했고..

지금도 엄마 웃었다고, 엄마 행복하게 해 줬다고 하는 말도 너무 찡하다.

다정한 우리 한별이 고마워..”


“ 헤헤~ 엄마 그 말이 좋았어?

엄마 사랑해♥ ”


한별이의 목소리가 경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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