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짊어진 아프리카 소녀들

by 마레 Mar 19. 2025

삶의 무게를 견디는 아프리카 소녀들

1990년대 초, 나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밟았다. 세네갈과 기니비사우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과 생소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강가에서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이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더운 날씨 때문에 맨발로 노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유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프리카 지역 연구자로서 모잠비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특히 농촌 지역에서 가난이 얼마나 깊숙이 사람들의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지 목격했다. 빈곤은 의식주 해결조차 어렵게 만들었고, 특히 소녀들에게는 더 가혹했다. 어린 시절을 누릴 겨를도 없이 그들은 '어린 보호자'로서 일찍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어린 보호자들의 하루

2007년, 나는 모잠비크 북부 꾸앙바에서 지역사회개발 선교사로 활동하며 소녀들의 삶을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대가족 내에서 맏딸은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을 맡았다. 엄마가 밭일을 하거나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어린 언니들은 갓난 동생을 등에 업고 다니며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어린 나이에 이미 삶의 무게를 짊어진 모습은 대견하기도 했지만 안타까움도 자아냈다.

일부 소녀들의 하루는 학업 대신 집안일로 가득 찼다. 엄마를 따라 방앗간에 가거나 우물에서 물을 긷는 것은 그녀들의 몫이었다. 한 번은 건기철에 알고 지내던 소녀들이 우리 집에 물을 얻으러 왔다. 그들은 20리터짜리 물통을 가져와 물을 채웠다. 나는 그 물통을 머리에 올려주는 순간 그 무게에 숨이 턱 막혔다. 그러나 소녀들은 그 무거운 물통을 머리에 얹고도 익숙한 듯 미소를 지었다. 물을 구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담긴 환한 미소였다.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소녀들이 20kg의 물통을 머리에 이고 30분 넘게 걸어야 했다. 그들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의 팔에 새겨진 근육이 단순한 신체적 특징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뎌온 강인함의 상징임을 깨달았다.

노래와 웃음 속 희망

고된 일상 속에서도 소녀들은 웃음과 노래를 잃지 않았다.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를 때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노래는 소녀들에게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작은 쉼표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소녀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시골에서는 다수의 소녀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집안일에 매달려야 했다. 아침에는 물을 긷고, 오후에는 동생을 돌보며 학교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했다. 소녀들에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그들의 꿈을 종종 앗아가곤 했다.

근육 속에 숨겨진 희망

그들의 삶은 때로 안타까웠지만, 그 속에서 나는 눈부신 강인함과 생명력을 발견했다. 소녀들은 웃고, 노래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소녀들의 근육은 단순한 노동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고 고된 하루하루를 묵묵히 견뎌낸 삶의 증거이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조용한 저항이었다.

그 근육 속에 숨겨진 희망의 씨앗은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이다. 그러나 이 씨앗이 자라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농촌 지역에 더 나은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며,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