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어느 여름날 오후.
창밖은 한여름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만 명이 넘는 사망자 수가 보도됐고,
숨이 턱 막히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보통 이런 전화는 스팸일 가능성이 높았다.
며칠 전에도 인도계 억양의 여자가
“당신 차가 사고를 냈다”며 전화를 걸어왔었다.
난 차도 없고, 락다운 중이라
나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 따지자
아무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번에도 그런 전화겠지 싶었지만,
심심해서 받아봤다.
“안녕하세요, LPC 담당자입니다.”
LPC(Legal Practice Course)는
영국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1년여의 실무 전문 연수원 과정이다.
보통은 졸업과 동시에 로펌에 취직하면,
로펌이 학비를 대주고 연수원을 보내준다.
그걸 마친 후 2년간 수습 변호사(trainee solicitor)로 일하고, 정식 자격을 받는 게 일반적인 루트다.
하지만 나는 아직 로펌에 붙지 못했다.
내 돈을 내고 LPC에 들어가야 하나,
코로나가 끝나길 기다리며 계속 도전해야 하나
계속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런 내게,, 그 전화가 걸려온 거였다.
순간 자세를 고쳐 앉았다.
며칠 전 offer를 받은 뒤,
비자 신청을 앞두고 망설이던 중이었다.
“등록금 장학금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등록금을 지원하는 장학금은
외국인에게는 거의 없다는 걸 알기에,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 했다.
“추가 인터뷰나 시험은 없고, 지원서에 제출하신 동기서와 성적을 보고 결정했습니다.”
이게 장난인가 싶었다.
“혹시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당장 녹음할 수도 없었고,
피싱 전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요. 바로 보내드릴게요. 축하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멍한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5분 후.
이메일이 도착했다. 진짜였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뒤덮고 있던 망설임이 단박에 사라졌다.
이 길이 맞는 걸까?
여기서 1년을 더 버텨야 할까?
그 수많은 질문들 앞에,
망설이지 말라고
하늘이 신호를 보낸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