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에서 대부분 이론을 다뤘다면,
LPC는 완전 실무 위주의 수업들로 채워졌다.
법대가 영국의 법체계,
주요 법들의 역사와 흐름을 배우는 곳이라면
LPC는 변호사로 바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정제해서 모아놓은,
말 그대로 실전 훈련소 같았다.
교수님들은 대부분 전·현직 변호사들이었고,
실무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다.
진로에 대한 조언도 솔직했고,
무엇보다 현실적이었다.
코로나로 로펌이 신입 채용을 대거 취소한 탓에
LPC 과정에는 나처럼 로펌 지원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잠시 멈춰 선 자리에서도,
어떻게든 다음 기회를 만들어보려
묵묵히 버티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수업 분위기는 훨씬 성숙했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에너지가 넘치는 듯 했다.
연수원 첫 학기에 상법, 민사소송, 형사소송,
부동산 실무 같은 필수과목들을 마치면
두번째 학기부터는 선택과목으로 넘어가는데,
Corporate finance, Debt/Equity finance,
인수합병, 국제통상, 보험, 노동법, 지적재산권 등
정말 다양한 실무 분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하나 내게 맞는 무기를 고르는 기분이 들었다.
수업의 강도는 학부 시절보다 훨씬 높았다.
이론은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갔다.
2시간 수업 대부분은 실습 위주의
팀플레이로 진행됐고,
매일 2~3개의 수업을 마치고 나면
금요일 오후엔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쉬는 틈도 잠시,
주말은 늘 복습과 다음 주 수업 준비로 가득 찼다.
한 주만 밀려도 따라가기 어려웠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힘들다는 생각보다
‘내가 정말 필요한 걸 배우고 있다’는 확신이 컸다.
마치 영양분을 하나하나 흡수하며
점점 실력을 갖춘 존재로 변화하는 느낌이랄까.
살이 붙고, 균형이 잡히고,
드디어 하나의 변호사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아직은 낯설고 어렵고,
때론 너무 벅찬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수업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알기에,
하루하루가 버틸 만했다.
언젠가, 이런 실무가 익숙해지면
나도 제구실을 하는 변호사가 될 수 있겠지.
문 밖은 여전히 코로나로 가득했지만,
나는 매일 온라인을 통해
조금씩, 확실하게 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