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부엌에서 들려오던
부스럭거리는 소리.
처음엔 그냥 비닐봉지가
흔들리는 소리겠거니 했다.
가끔 TV를 보다가도
그 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이상하게도 TV를 끄면 소리는 멈췄다.
기분 탓인가 싶었지만,
이상한 낌새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이런저런 걱정들로 잠이 안오던 차에
부스럭 거리가 또 나는거다.
불을 켜고 주방으로 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안심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주방 벽을 따라 뛰어가는
어둡고 작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쥐...쥐다.....!
내 평온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으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주방 문을 닫고 뛰쳐나왔다.
늦은 밤 어찌할 수가 없어
방으로 들어와 다시 누웠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되며 밤잠을 설쳤다.
그동안 들리던 소리가
전부 쥐 때문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한 소름이 돋았다.
영국 집에 쥐가 흔하다지만,
그건 어디 시골집 이야기 인줄 알았다.
그런데 도시 한복판 꼭대기 층
집안에 쥐가 나타날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집주인에게 연락해보았지만
"영국 집은 원래 그렇다"며 놀라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부엌 콘센트에 꽂혀 있던
쥐퇴치 초음파기가 괜히 있던 게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려 했다.
쥐는 사람을 해치지 않고,
사람 소리에 놀라 도망간다.
하지만 아무리 괜찮다고
머리로 생각해도
진정이 되질 않는다.
지금 당장 이 집을 나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계약기간도 남아있고,
지금 상황에서 새 집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저 참아야 한다.
버텨야 한다.
기숙사의 그 좁은 방이
이렇게 그리운 날이 오다니.
영국에 대한 환상이
와르르 무너진 어느 날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