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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한 화초

남은 감정

by Susie 방글이



딸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갔다.

이번에는 자기 방에 있던 화초들까지 차에 실어 갔다.

창가에 남은 건 화분 자국과 조금 휑해진 공기뿐.


괜히 마음이 헛헛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픈 것도, 눈물이 날 만큼 슬픈 것도 아닌데,

어딘가 허전하고 공허한 기분.


내가 물 주기 힘들다며 농담처럼 가져가라 해도,

늘 싫다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화초까지 챙겨간 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었다.

"이제는 내가 책임질게"라는 무언의 선언 같았다.


밥도 해 먹고, 월세도 혼자 내고, 생활도 스스로 하던 아이였지만,

이번에는 진짜로—삶의 작은 생명까지 돌볼 수 있는 더 깊은 독립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헛헛했다.

텅 빈 화분 자리에서 스며드는 감정은 단순한 허전함이 아니었다.

기쁘면서도 서운하고, 대견하면서도 공허했다.

부모의 마음은 늘 이렇게 모순된 감정의 층위를 오간다.





'헛헛'하다는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


"Empty"? "Lonely"? 아니면 "Hollow”"?


다 맞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I feel a little empty inside."

• "Something feels missing."

• "I feel hollow."

• "There’s a void I can’t quite fill."


영어에서는 이 감정을 딱 한 단어로 담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여러 문장을 빌려야만 가까워진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단 한마디, 헛헛하다로 충분하다.


결국, '헛헛하다'는 공허함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쁨, 서운함, 그리움, 대견스러움이 뒤섞여 만들어진 미묘한 감정.

부모의 마음 한켠에만 자라는, 독특한 감정이다.

미묘하게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모두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공간을 묘사한다는 점.


만약 영어권에서 이런 감정을 표현한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지도 모른다.


번역 Tip


• "헛헛하다" → 상황에 따라

“I feel empty.”

“I feel like something’s missing.”

"My heart feels hollow."


• 직역 불가! 감정을 묘사하는 문장으로 풀어야 자연스럽다.


* 관련 표현이나 더 알고 싶은 표현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로 질문해 주세요.

* 다음 회에서 또 만나요! See you in the next episode!

이제는 제 일거리가 좀 줄었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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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