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Me, You Do You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친구랑 카페에서 만났다. 서로 바빠 스케줄을 맞추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서 계속 미뤄지다 겨우 잡은 자리였다. 카페 구석에 마주 앉자, 갑자기 옛날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시간은 어느새 휙 지나갔다.
그러다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 요즘 핸드메이드 캔들 만들어서 팔아볼까 생각 중이야. 정말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나는 순간 한국인 본능이 튀어나와 "그거 만들기 까다롭지 않아? 팔리겠어?"라고 할 뻔했지만, 꾹 참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오, 진짜? 너 정말 잘할 것 같은데! 한번 해봐!"
친구 얼굴이 환해지더니 신나게 계획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가 걱정 대신 응원을 선택한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는 ‘I do me, you do you’라는 쿨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표현이 있다. 친구가 새벽에 요가를 하든, 기묘한 취미에 빠지든, "너답게 해 봐!"라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서로의 선택을 응원하는 선언, 자유와 자율의 상징으로 들린다.
하지만 한국어로 직역하면 "나는 나, 너는 너"가 된다. 이 말, 어딘가 차갑지 않은가? 마치 "너 알아서 해, 나 신경 안 쓸게"라는 선 긋기처럼 들릴 때가 있다. 왜일까? 그 답은 한국 문화의 핵심, 정(情)에 있다.
정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묶는 끈끈한 감정이다.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결고리다.
오래 쓴 머그컵이 깨졌을 때 아쉬운 마음,
매일 투덜대던 동료가 떠나면 허전한 기분,
미운 사람에게도 밥 한 끼 챙겨주고 싶은 마음 같은 거다.
한국인들은 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정이 무섭지." (싫어도 자꾸 끌리는 관계)
"정 때문에 못 끊어." (연락이 뜸해도 만나면 반갑다)
"정이 떨어졌다." (그 끈끈함이 사라지면 끝)
이 정 때문에, "나는 나, 너는 너"는 때로 쿨한 자유가 아니라 냉정한 거리 두기로 들린다. 미국에서 "I do me, you do you"가 "너의 길을 가, 나도 내 길을 갈게"라는 상쾌한 선언이라면, 한국에서는 "우리 사이의 끈은 끊어도 되나?"라는 서운한 질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왜 그럴까?
미국 문화는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중시한다. "I do me, you do you"는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각자의 삶을 응원하는 말이다. 반면, 한국 문화는 관계와 공동체를 중시한다. 정은 서로의 삶에 관여하고, 걱정하고, 때로는 잔소리도 하며 연결되는 감정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친구가 무모한 도전을 한다고 하면 "잘될까? 괜찮겠어?"라며 걱정부터 튀어나온다. 그게 정이다.
"I do me, you do you"를 한국 정서에 맞게 풀어본다면, 단순히 "나는 나, 너는 너"가 아니라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그래도 우리 함께하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은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정이 담긴 연결고리를 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담는다. 친구가 핸드메이드 캔들 사업을 시작한다면, "오, 너답다! 잘될 거야, 혹시 힘들면 말해!"처럼 응원과 관심을 함께 전하는 거다.
재미있게도, 요즘 영어권에서도 한국의 '정'을 그대로 'Jeong'으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밥이 'Kimbap'으로, 한복이 'Hanbok'으로 세계에 알려지듯, 정은 번역 없이도 그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I do me, you do you"의 자유로운 정신과 한국의 '정'은 서로 반대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함께할 때 더 단단해진다.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누군가의 머그컵이 깨졌을 때 먼저 접착제를 건네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믿음. 그게 우리가 놓치고 싶지 않은 정 아닐까.
그러니 다음번에 친구가 엉뚱한 계획을 말할 때, 이렇게 말해보자.
"너답게 해 봐! 그래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자유와 정, 둘 다 담은 한국식 "I do me, you do you"다.
번역 Tip
• 최적: "너답게 잘해봐!"/ "너 스타일대로 해!"
• 주의: “나는 나, 너는 너” 는 틀린 번역이다.
• 상황별:
• 친구의 도전에: "너답게 해 봐!"
• 장난칠 때: "네 멋대로 해!"
영어 I do me, you do you 도 상황에 따라 “너나 잘하세요.”라는 뜻의 뉘앙스를 줄수도 있다 ㅋ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빛으로 반짝이길.
I do me, you d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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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에서 또 만나요! See you in the next epis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