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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글, 맨발의 삶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에 닿는 글

by Susie 방글이




늦은 여름밤, 책상 앞에 앉아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고 있다. 창밖은 고요하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손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다 문득 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글에는 신발을 신기지 않는다.'


화려한 문장보다 진심이 담긴 글이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고 믿는다. 공지영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를 읽으며, 차가운 골목을 맨발로 걷는 감각을 떠올렸다. 거친 돌바닥에 발이 시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세상과 맨 몸으로 마주하는 용기. 나는 그 맨발의 태도가 글에도, 삶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맨발로 부딪혀보기 전엔, 일단 바닷물 온도 체크부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화려한 말로 독자를 현혹하기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한 문장으로 진심을 전하라고 했다. 복잡한 꾸밈 없이도 진실은 강하게 울린다. 맨발로 걷는 글은 솔직하고 간결해야 하며, 독자와 곧바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예전에 만난 한 면접자가 떠올랐다. HR로 일하며 수많은 지원자를 만났지만, 그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의 이력서는 평범했고, 면접에서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다.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들려줬다. 화려한 말 없이도 그의 이야기는 맨발로 골목을 걷는 듯한 진정성을 뿜었다. 그의 솔직함은 유시민이 말한 명료한 글처럼 내 마음에 깊이 닿았다.


그 지원자는 첫 면접 때의 인상 그대로, 완벽하게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오래도록 제자리를 지키며 자기 방식대로 일을 해냈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 성실함이 오히려 그 사람만의 매력이었다.


맨발로 걷는다는 건 상처받을 두려움을 안고도 진짜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글에서도,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그렇다. SNS에 완벽한 모습만 올리기보다 어설픈 나를 보여주는 것, 가까운 사람들한테 솔직한 피드백을 나누는 것 - 이 모두가 맨발의 용기다. 화려한 겉치레 대신 날것의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할 때 더 깊은 연결이 생긴다.


여행길 계곡으로 가는 길, 신발을 벗고 흙길을 밟았다. 따뜻한 흙의 감촉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며, 나는 오롯이 '나'로 돌아갔다. 세상의 시선도, 내 안의 불안도 잠시 잊었다. 독서나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내면을 정직히 들여다보는 순간, 삶의 참된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내려놓고, 그냥 걷기.

공지영의 주인공이 맨발로 차가운 골목을 걸으며 세상의 아픔과 마주하듯, 나도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날 때 그 진심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유시민의 조언처럼, 화려함 대신 명료함으로, 꾸밈 대신 진정으로 소통하고 싶다. 진정한 깊이는 거창한 장식이 아니라, 상처받을 각오로 내딛는 한 걸음에서 온다.


올해 5월에 브런치 입성, 맨발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한 걸음씩 걸어갔다. 그리고 두 달 뒤인 지난달 7월에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았다. 작지만 큰 기쁨이었다. 누군가 내 발자국을 따라 함께 걸어주었다는 신호 같아서.


앞으로도 나는 이 맨발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진심이 닿는 글, 사람과 온전히 연결되는 글을 쓰고 싶다. 그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주에는 저의 첫 번째 연재북 “28년 만의 쉼표‘가 마무리됩니다. 쉼표의 끝에서 지난 시간을 함께 걸어주신 여러분께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에서는 새로운 연재의 문을 살짝 열어 보이려 합니다.

카메라도, 마음도, 맨발로 세상에 닿을 때 진짜가 찍힌다.

앞으로의 길에서도, 우리의 발걸음이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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