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으로 단련된 나는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호기롭게 잘 맞추었다.
그건 윗사람에게는 더 깍듯히 대했었다.
우리 전무님은 동료들과 술마시며 어울리는 것을 즐겼다.
오늘도 어김없이 4시가 되니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7시에 콜?”
퇴근 후에도 자유는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술자리, 끝나지 않는 건배사, 그리고 전무님의 눈치를 보는 시간들.
술잔을 들지 않으면 “김나나 씨, 영업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라며 비아냥거렸고, 조금이라도 자리를 먼저 뜨려 하면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낙인이 찍혔다.
밤마다 이어진 가혹행위 같은 술자리는 내게 또 다른 전쟁터였다.
전무님은 술이 들어갈수록 목소리가 커졌다. 손찌검은 아니었지만,
억지로 부추기는 2차·3차 자리. 동료들이 하나둘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나도 서서히 술로 인해 우울감이 찾아 들었다.
술을 먹고 들어왓 또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셨다.
그러다 밤을 지새는 날들이 허다하며 나의 컨디션은 점점 악화 되었다.
그러고 나면 고객사 응대가 형편없어졌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해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더럽혀지는 느낌이었다.
이 굴욕의 밤들을 끝내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나로 살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