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할 때마다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는 건
꿈을 너무 기억하려 들지 말라는 점이었다.
그것이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거나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한다 했다.
몇 번의 기억을 상담했을 때에도
너무 기억하려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후로는 굳이 생각하려 들거나
되짚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꾸준히 지내오다 보니
매일 꿈을 꾸기는 하지만
어떤 꿈을 꾸었는지는
그다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잊히지 않는 꿈을
매주 하나씩 꾸게 되었는데
내가 가장 힘들었거나 슬펐던
혹은 숨기고 싶었던 꿈들이었다.
한 번은 이런 꿈을 꾸었다.
나는 중학생 때 왕따를 당한 적 있었다.
그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단지 전화를 살갑게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 괴롭힘을 주도한 친구가 꿈에 나와
나와 마주하는 꿈을 꾸었다.
나는 벌거벗은 상태로
나의 친언니 뒤에 숨어
나를 제발 숨겨달라 도와달라 했지만
결국 언니는 나를 숨겨주지 않은 채
괴롭힌 친구 앞에 나를 내어 놓았다.
이렇게 임팩트가 강한 꿈의 경우
내가 아무리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내 머릿속에 콱 박혀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나를 힘들게 만든다.
또 한 번은 이 모든 일들이 꿈이었던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내가 아프고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정신과를 다니는 이 모든 것들이
알고 보니 내가 꾼 꿈이었더라...
꿈속에서 꿈을 꾼 그런 상황이었다.
꿈속에 눈을 떴을 때
아, 이 모든 게 꿈이라 다행이다
안심이 들기도 했으며 기쁘기도 했다.
이처럼 잡다한 꿈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은 피하고 싶은 순간의 꿈들은
나의 뇌리에 너무 깊게 자리 잡아
상담 때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또 상담을 하고 나면 괜찮아지지만
잠드는 게 불안해지며 걱정이 된다.
이번엔 과연 어떤 꿈이 나를 놀라게 하며
내 뇌리에 자리를 잡아
일주일을 힘들게 만들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