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화를 내본 적 없다.
아니 낼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이젠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지
그 방법을 까먹게 되었으며
진짜 화났을 때의 나의 모습이 겁이 나
더더욱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는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한 번씩 눈물을 미친 듯 흘리며 풀었다.
독자라면 내 글 중 이런 내용을 보았을 것이다.
분기마다 눈물데이가 있었노라고..
그렇게 한번 쏟아붓고 나면
내 인생이 한결 가벼워져
많은 사람들의 노여움과 화를
그리고 부당함과 억울함을 당하더라도
그저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우울증을 겪으며
불안장애와 섭식장애까지 함께 겪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야구를 보러
야구장에 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부산이다.
말하지 않아도 롯데라는 걸 알 것이다.
그렇다 엄청난 팬심이 가득하며
응원 한번 하러 가면 진이 빠져
목소리가 다 쉬는 곳이 바로 사직이다.
그렇게 나는 답답하거나
화가 나 미칠 것 같은 지경에 이르기 전
미리미리 야구장에서 소리를 질렀다.
응원을 하며 꽥꽥 울분을 토했다.
3연전을 하면 3일을 내리 다녔다.
3일 내내 목이 쉬어라 응원과 노래하면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 한 명 없으며
누구나 하나 되어 함께 소리 지르니까
내가 화나갔는지 슬픈지 우울한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물론 몸이 피곤할 수 있다.
이번 9연전을 다녀왔을 때에는
온몸이 피곤할 뿐만 아니라
입속에 화려하게 혓바늘이 나
알보칠을 눈물 흘리며 발라야 했다.
그럼에도 속은 시원했다.
나는 우울증의 걸린 사람이라면
이렇게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길 권하고 싶다.
내 속의 우울의 원인도 알지 못하겠고
왜 이런지 그저 답답하며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흐를 때
분노가 치밀어 올라 화를 내야 하거나
억울함 혹은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휘몰아쳐
어딘가에 쏟아부어야 할 때
야구장에 직접 방문을 하여
뛰며 소리 지르길 바란다.
(물론 나는 정말 잘 맞았다)
앞으로도 숨을 쉬기 어려워질 때
나는 야구장에 방문할 것이다.
혹여 미친 사람처럼 뛰어놀며
소리 지르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것은 아마 나일 것이다.
그런 나를 만난다면 조용히 안아주며
반가워요 하루소근님이라 말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