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퇴 계획 PPT를 만들 때 이루고픈 목표 목록에 첫 번째로 넣은 것은 '독립 출판으로 책 내기'였다. 그 무렵, 난 주문형 출판(POD)으로 일반인도 무료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인터넷 서치를 통해 알아냈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출판사를 통한 책 출판으로 정식 작가 되기였지만, 그것의 예행연습으로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시 1순위 목표로 목록에 넣었던 것이다. 관극을 그만두고 목표 목록을 다시 살펴보면서 나는 이 첫 번째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딴 얘기를 하자면 풀어졌던 두 달간 내가 빠져있었던 스토리는 '잔혹동화' 스타일의 스토리였다. 희망이 없고 절망적인, 막장에 우화 같으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찌르는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아주 딥하게 들어가진 않고 짧고 강렬하게 끝나는 그런 스토리 말이다. 그때 관극했던 뮤지컬도 그런 내용을 다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쯤 나는 영감을 받아 '희망'이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을 썼다. 좀비세계, 생존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추가했고, 내용과 대비되게 제목을 지었다. 어느 날 내가 쓴 3천 자가량의 짧은 소설을 읽어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잘만 하면 장편 옴니버스 소설로 확장시킬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해서 나는 관극을 그만두고 난 후 미리 쓴 '희망'의 세계관을 적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었다. 바꾼 일별 계획표로 생활하며 주로 오후시간에 글을 썼고, 원고 집필, 수정, 편집을 거쳐 책이 나오기까지 2, 3달이 걸렸다. 단편 6개로 구성되어 있고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식의 짧은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완성된 나의 첫 작 [희망]은 엄청난 막장에 개연성이 꽝이었지만, 경험 하나를 쌓았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최근 표지도 교체하고 원고 뒷부분을 손보면서 내 책에 대한 애정도 강해진 것 같다. (보이는 사진이 바뀐 표지이다.) 이렇게 내 첫 번째 계획을 달성했다.
https://bookk.co.kr/bookStore/6798d1c3f3250118b2848c9c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희망을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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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끝내 달성한 경험은 생각보다 값지다. 무기력하게 집에 누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이전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졌고, 그제야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과거의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저번에도 언급했지만 작은 계획이라도, 작은 목표라도 좋으니 설정하고 규칙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보기 바란다. 삶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을 내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