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오후 5시쯤, 사이트에 검정고시 답안이 올라왔고 집에 들어가 짐을 푼 뒤 바로 가채점을 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대학 원서를 넣기엔 턱도 없는 점수였지만 합격하기로썬 충분한 결과가 나왔다.
적당히 만족하기로 하고 혹시 모르니 합격자 발표날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화면에 내 이름과 함께 합격이란 단어가 공존하는 것까지 보고서야 진짜로 안심이었다.
검정고시를 마치고, 가채점 후 대충 합격을 예측한 8월 12일 이후, 뭐 그리고 최근까지, 솔직히 꽤 많은 시간을 놀았다. 순화하자면 방황했다, 다른 여러 가지에 도전했다,라는 표현도 맞을 것이다.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가장 크고 명확한 목표가 사라지고 나니 갑자기 이제 뭘 해야 하지 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 하나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생각해 보면 '무조건 해야 하는, 미룰 수 없는, 합격하는 게 당연한, 그러다 보니 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이런 타이틀이 있었기에 그나마 열심히였던 것 같다.
여기서 '넌 소설가라는 명확한 꿈이 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 무슨 소리냐'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맞다. 아주 맞는 말이다. 몇 달 전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일지를 쓰고 가끔 습작도 쓰고 하면서 작가지망생 생활을 하는 것이 베스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해진 기간 안에 책 몇 권 읽기'라는 다짐이 좀 거북하게 다가왔고, 책 펼치기를 망설이고, 뒤로 미루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내 의지로, 내가 소설가를 꿈꾸고 그만둔 학교인데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는 게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마치 누군가가 시키는 걸 억지로 하는 것처럼 느껴진 시간이었다.
계속 그런 시간들을 붙잡고 있기보다 색다른 활동으로 머리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최근엔 책 읽기 대신 다른 활동들을 많이 했다. 실은 '놀았다'라고 표현할만한 게 가장 많았고 2번째는 책 읽기 외에 내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다른 활동들을 도전해 봤다.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꽤 여러 분야라, 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있었다.
책 읽기를 아예 놓을 수는 없는지라 요즘은 다시 책을 읽고 있다. 조금은 머리가 식혀진 것도 같고. 내 인생인데도 참 들쭉날쭉 멋대로인 인생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일을 기준으로 내 '자퇴생 인생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놀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해보고 다시 책 읽고 하며 '2막'을 현재진행형 중이다. 1막은 개연성 꽝인 상당히 막장드라마 식 전개였다. 2막도 왠지 초반은 똑같다. 2막이 어떻게 이어질지, 3막은 어느 시점에 시작될지, 그 끝이 해피엔딩일지 전혀 모르지만, 나의 에세이는 여기서 마무리지으려 한다.
기획의도와 다르게 너무 흐지부지 이상하게 끝나서 끝까지 봐주신 독자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자퇴에 대한 현실적인 선택기준과 공감을 제공하겠다더니 더 고민만 할 것 같은 글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맹세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감출 수 있는 것, 원래의 나라면 감추고 싶은 추한 감정들, 행동들까지 자존심을 버리고 글로 써넣었다. 내 이야기를 온전히 표현해 내어 독자님들이 자퇴에 대해 직접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여느 자퇴생 인생의 1막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보잘것없는 내 글을 읽고 깨닫거나 느낀 점을 얻어가시는 분이 1분이라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나는 계속 예측 불가능한 2막을 살아갈 것이다. 또 어긋날 수도, 풀어질 수도,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결정한 길이니 나아가보려 한다. 지금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독자님들을 응원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