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결과, 그리고 그 후 (2)

by 김종이

- 결과

아마도 오후 5시쯤, 사이트에 검정고시 답안이 올라왔고 집에 들어가 짐을 푼 뒤 바로 가채점을 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대학 원서를 넣기엔 턱도 없는 점수였지만 합격하기로썬 충분한 결과가 나왔다.

적당히 만족하기로 하고 혹시 모르니 합격자 발표날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화면에 이름과 함께 합격이란 단어가 공존하는 것까지 보고서야 진짜로 안심이었다.


- 그 후

검정고시를 마치고, 가채점 후 대충 합격을 예측한 8월 12일 이후, 그리고 최근까지, 솔직히 꽤 많은 시간을 놀았다. 순화하자면 방황했다, 다른 여러 가지에 도전했다,라는 표현도 맞을 것이다.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가장 크고 명확한 목표가 사라지고 나니 갑자기 이제 뭘 해야 하지 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장 하나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생각해 보면 '무조건 해야 하는, 미룰 수 없는, 합격하는 게 당연한, 그러다 보니 강제로라도 해야 하는' 이런 타이틀이 있었기에 그나마 열심히였던 것 같다.


여기서 '넌 소설가라는 명확한 꿈이 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 무슨 소리냐'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맞다. 아주 맞는 말이다. 몇 달 전처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일지를 쓰고 가끔 습작도 쓰고 하면서 작가지망생 생활을 하는 것이 베스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해진 기간 안에 책 몇 권 읽기'라는 다짐이 좀 거북하게 다가왔고, 책 펼치기를 망설이고, 뒤로 미루는 나 자신을 보았다. 내 의지로, 내가 소설가를 꿈꾸고 그만둔 학교인데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는 게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마치 누군가가 시키는 걸 억지로 하는 것처럼 느껴진 시간이었다.


계속 그런 시간들을 붙잡고 있기보다 색다른 활동으로 머리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최근엔 책 읽기 대신 다른 활동들을 많이 했다. 실은 '놀았다'라고 표현할만한 게 가장 많았고 2번째는 책 읽기 외에 내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다른 활동들을 도전해 봤다.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여러 분야라, 할 때마다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있었다.

책 읽기를 아예 놓을 수는 없는지라 요즘은 다시 책을 읽고 있다. 조금은 머리가 식혀진 것도 같고. 내 인생인데도 참 들쭉날쭉 멋대로인 인생이다.


- 앞으로?

개인적으로, 나는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일을 기준으로 내 '자퇴생 인생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놀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해보고 다시 책 읽고 하며 '2막'을 현재진행형 중이다. 1막은 개연성 꽝인 상당히 막장드라마 식 전개였다. 2막도 왠지 초반은 똑같다. 2막이 어떻게 이어질지, 3막은 어느 시점에 시작될지, 그 끝이 해피엔딩일지 전혀 모르지만, 나의 에세이는 여기서 마무리지으려 한다.

기획의도와 다르게 너무 흐지부지 이상하게 끝나서 끝까지 봐주신 독자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자퇴에 대한 현실적인 선택기준과 공감을 제공하겠다더니 더 고민만 할 것 같은 글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맹세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감출 수 있는 것, 원래의 나라면 감추고 싶은 추한 감정들, 행동들까지 자존심을 버리고 글로 써넣었다. 내 이야기를 온전히 표현해 내어 독자님들이 자퇴에 대해 직접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여느 자퇴생 인생의 1막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보잘것없는 글을 읽고 깨닫거나 느낀 점을 얻어가시는 분이 1분이라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나는 계속 예측 불가능한 2막을 살아갈 것이다. 또 어긋날 수도, 풀어질 수도,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결정한 길이니 나아가보려 한다. 지금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독자님들을 응원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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