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

존중의 씨앗

by 최빛글

전화가 왔다. 아는 사람이다. “아파트 관리가 엉망이고 불만이 쌓여 있는 입주민이 많다. 문제가 심각하니 건설사 및 관리회사 자체에서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내용이다. 그 불만 사항은 시설물 하자에서 직원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아파트 관리의 전반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부분적으로 수긍했다. 적어도 하자보수라는 측면에서는 너무 답답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토지주택공사 아파트와 분양아파트는 법적으로 정해진 테두리 내에서 비교적 하자처리가 원활한 편에 속한다. 반면 민간임대아파트의 경우엔 분양 전까지는 소유권이 건설회사에 있어서인지 더러 신통치 않은 경우가 있다. 이건 단지 나의 작은 경험과 소견일 따름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고, 건설회사마다 제각기 차이점이 있어 그 양상은 다양하리라 본다. 여하튼 불만이 터져 나오는 배경에는 건축물 관련 하자처리와 어떤 시설물에 대한 개인적 불편함이 빌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쌓이다 보면 관리사무소 고유업무인 관리행정 자체도 불신한다. 회색 안경을 끼고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이 여러 모습으로 발전하여 종국엔 일방적으로 시청 등 기관 민원은 물론 심한 경우 고발, 고소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같은 지역 사람이 오히려 지독한 고통과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기도 한다. 지역과 사회, 국가 공동체 의식으로 '우리 모두 함께 산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나는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15년여 동안 아파트 관리업무를 하고 있는데 현재는 민간임대아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작은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에 농어촌이 있다 보니, 임대아파트의 입주민 구성은 분양아파트나 단독주택에 살다 온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임대의 개념은 염두에 두지 않고 본인들이 겪은 주거경험에 의해서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잠깐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차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분양아파트’는 분양받아 입주한 각 세대가 소유권을 가진 아파트(주인)로 입주민 대표기구를 입주자대표회의라고 한다. 이 기구는 법적 단독 사업체로 어떤 일을 의결해 시행할 수 있는 법인격을 인정받는다. 즉, 시설공사에서 관리사무소 인력구성까지 해당 아파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반면 ‘임대아파트’는 소유권이 입주민이 아니라 임대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에 있다. 입주민 대표인 임차인대표회의는 관리비나 임대보증금, 하자보수 등에 대해 아파트 건설회사와 협의할 수 있는 단체다. 법인격이 없어 아파트 업무에 대해 의결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따라서 관리사무소 인력구성과 고유업무에 대해서도 건의는 가능하나, 직접적인 통제는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적용 근거 법률도 다르다. 분양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을 적용하나, 일반 건설회사가 지은 임대아파트는 '임대 주택법' 및 ‘민간 임대 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따르고 있다. 물론 관리사무소의 고유업무는 비슷하다. 하지만 분양과 임대에 따라 입주민과 주민 대표의 권리와 권한 행사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잘 인식하지 못한 일부 입주민은 분양아파트에서의 관리사무소와 동일시하여 모든 일에 대해 간섭을 하려 든다.

특히, 분양아파트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소유자처럼 생각하다 보니, 관리사무소와 건설회사에 요구 사항이 많다. 아무리 설명하고 대화해도 끝까지 자기만의 경험에 의한 생각과 판단을 고집한다. 그러면서 감시의 눈으로 사사건건 시시비비하기에 이르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사고의 탄력, 상대 입장의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아파트 저마다의 차이점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것이 악성 민원으로 발전하면 관리사무소 전 직원이 ‘허위 사실과 부당간섭’에 시달린다. 더 심한 경우엔 ‘갑질 아닌 갑질’로 불안에 떨게 된다. 사람 속에 사는 어려움이요, 아파트 관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에서는 3년 전 임차인대표회의에서 지역구 도의원을 통해 도비 지원 사업을 하게 되었다. 당초에 관리사무소는 1층 지상에 보안 카메라 설치를 권유하였으나, 임차인대표회의에서는 석가산 휴게시설로 결정했다. 입주민의 대표기구이므로 의견을 존중하여 그 결정에 따라 절차에 맞춰 진행하였다. 사업 주체인 건설회사에 승인을 받은 후, 경쟁입찰에서 공사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리하였다. 특히, 도 지원 사업비라서 해당 지자체인 시청의 지도하에 착오 없이 일을 마쳤다. 한데 최근 1년여 전부터 석가산 설치에 대해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비리가 있어 보인다. 공사 때 폐기물 묻은 것을 보았다.’ 등으로 몇몇 입주민이 모여 일방적인 편견을 만들었다. 석가산 조형물의 기초와 받침대 역할을 하는 재료가 스티로폼 모양과 비슷한 걸 보고 착각한 것이다. 관리사무소에 확인해 의심을 풀었으면 될 일이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나름의 판단과 막연한 추측으로 근거 없는 여론을 형성해 갔다.

의혹으로 뭉쳐진 터무니없는 소문이 생겨나자, 그들은 관리사무소를 드나들며 각종 장부와 자료를 복사해 갔다. 급기야 ‘관리소장이 결재 없이 아파트 운영자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있다.’ 또, 초과근무 수당을 직원들이 많이 받아가도록 편법 적용했다.’ 등의 주장으로 관리사무소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관리사무소에서 엄청난 비리와 편의 행정으로 아파트 관리가 크게 문제 있는 것으로 호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드디어 열 명이 넘는 입주민과 공유하게 되었고 다수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수시로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그때마다 문제점을 지적하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나의 퇴임을 종용하였다.

나는 투명한 아파트 운영 외에도, 같은 ‘지역민으로 함께 살며 차별 없이 대우’한다는 소신과 마음가짐으로 관리업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 근무하는 곳이 임대아파트이지만 분양아파트 입주민과 똑같이 존중하고 대화한다. 그런 나로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논리는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아파트 관리를 기준 하여 본인들만의 경험과 추측으로 만들어 낸 잘못된 억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법적 절차에 의해 명확히 가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일이 생기면 소문에 의해 충분한 오해와 함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아파트 단지의 특성이며 현실이다. 또한, 내가 떳떳하고 잘했다고 할지라도 일단 시끄러운 일이 발생되면 그건 차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입주민과의 소통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업무 종사자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고 종합해 하나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들이 찾아오면 친절하고 공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에 의한 소명서를 작성해 전달했다. 그러나 소명서는 그들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전달받은 사람이 공개하지 않고 혼자 묻어 버린 것이다.

민원은 계속되었다. 고민 끝에, 지금껏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실에 대해 임차인대표회의와 의논하여 민원사항에 대한 자체감사를 요청했다. 대표회의도 그들로부터 관리사무소 감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책임 추궁을 당하고 있던 터라 쾌히 응해 주었다. 이틀 동안의 중점 감사 결과는 ‘관리업무 흠결 없음’으로 밝혀졌지만, 대표 회의에서는 몇 가지 관리사무소와 절충을 요청했다. 그것은 직원 연차 휴가 5일은 의무적으로 소화하고, 관리소장은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않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거기에 종합적 운영자금청구서에 대표회장의 결재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입주민과 대표 회의를 존중하여 이 방안을 협의하고 수용해서 그 결과를 아파트 게시판에 알렸다.

떳떳하고 희생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거세져만 갔다. 급기야 입주민 상당수의 동의를 받아 시청에 정식 민원을 제기했다. 시청 담당 부서에선 당연히 민원에 따른 질문과 관련 서류를 요청해 왔다. 이에 우리 관리사무소에서는 성실히 답변하고 충분히 자료를 제출하였다. 검토 결과는 ‘관리업무 이상 없음‘으로 회신되었다. 그럼 에도 그들 일부는 시청의 조사결과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서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계속해 나에게 퇴임압력을 가해 왔다.

우리 사회는 어느덧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 강도 또한 세졌다. 나 역시도 마치 멱살을 잡듯 몸과 마음을 붙들고 있는 악성 민원으로 한 데처럼 냉랭한 한기를 느꼈다. 차츰 마음을 비워갔다. 소속한 위탁관리회사에 타 아파트로 옮겨 줄 것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가고 시간의 공백이 생기자, 한 사람씩 이탈자가 생기면서 그들의 세력은 차츰 약해졌고, 끝내는 와해되었다. 공공기관인 지자체의 조사결과와 더불어 사실이 아닌 터무니없는 추측에 근거한 악성 민원임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발생한 지 1년 반 만에 지금껏 말해온 민원이 해결되면서 관리사무소 직원 모두는 그제야 심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직은 햇살이 제법 뜨겁게 내리쬐고 있는 늦가을 오후에, 나는 가슴속 묵직하게 똬리를 튼 괴로움과의 씨름을 끝냈다. 오랜만에 밝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마음 편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마치 낮잠 한숨 자는 사이에 일어났던 한바탕 꿈처럼 느껴졌다.


개인의 단편적 경험에 의한 추측과 의혹, 한정된 사고에 의한 발상은 이토록 무섭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물론이고 같은 입주민인 동 대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힘들게 시달려왔는가? 나 역시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과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내과는 물론 정신과 병원을 찾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 합리적이고 탄력적 사고‘를 하려면 꾸준히 배우고 자아를 다듬는 것이 절실히 필요함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적어도 꼰 대가 아니라 멋지게 나이 들어가려면 말이다. 특히 사람 속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웃으며 살 수 있다. 내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또 하나의 산 교훈을 얻었다.


한편,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대부분 단독주택이나 한적한 소규모 아파트에 살다 온 사람들에 의해 생긴다. 아파트는 위, 아래, 옆이 벽 하나로 다른 세대와 인접해 있고 공용시설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 공동주택이다. 이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세대는 층간소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반대로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밖에 층간소음 문제는 ‘어린 자녀가 있는 세대, 야간 일로 새벽에 퇴근하는 세대, 반려동물을 기르는 세대’ 등에서 자주 일어난다. 이 문제는 사람의 성격과 감성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타나고 있어 서로의 이해와 공감 없이는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관리 ‘분쟁 조정 위원회’와 전화상담이 가능한 ‘이웃 사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기준에 따라 아파트마다 ‘층간 소음관리위원회’를 개설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만큼 양 당사자의 상담은 물론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모든 건 서로의 존중과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인식하에 마음을 열어 조금씩 양보하고 대화하면 해결될 일이다. 그러면 이웃 간에 밝게 웃으며 명랑하고 편안한 주거생활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파트 단지나 지역사회에서 그 범위를 좀 더 확대하여 우리나라 전체 사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각 계층과 직업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들을 인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나, 지나치게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하고 고집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국가와 국민 전체를 생각하고 선한 양심과 도덕성에 근거한 행동 양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입장에 비춰 볼 줄 안다면 상호 해결되지 않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현재의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에 대한 기본적 믿음과 협동의 마음가짐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국민의 행복을 저변으로 하여 선진화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통일도 앞당겨진다. 우리나라의 본질을 찾고 국민의식을 하나로 뭉쳐, 세계에서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사명이다. 구태의연하고 퇴색된 사고는 이제 시대착오이며 발전의 장애다.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국민의 수준은 선진국이지만 정치는 뒷걸음 하고 있다. 민주화를 여전히 부르짖으며 선동하는 것도, 북한과의 대치 현실을 악용하는 것도 모두가 국민을 도외시한 정치 현실이다.

정치인들은 좌파와 우파 편 가르기를 통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흔들지 말기를 바란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는 것이 정치의 기본 틀이고 명제인 것처럼 하지 말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하고 올바른 정치면 되는 것이다. 진영논리에 의한 세력 형성으로 정권 잡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정당은 물론 모든 기관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 국가의 기초와 근간은 국민이다. 언제나 묵묵히 의연하고 꿋꿋하게 나라를 지켜주는 대한국민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는 것이다. 한순간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산다는 것을.

아무쪼록 나라를 위한 선의의 정책경쟁을 통해 발전적이며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고 화합하는 선진정치를 기대해 본다.


오늘도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로서 자기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하면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가볍고 흥이 나길 소망한다.

<남기고 싶은 말>

⋅온 마음을 다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해야만 잘못을 피하고 진정한 우정과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논어)

⋅만약 누군가를 당신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그의 진정한 친구라는 확신을 줘라. (에이브러햄 링컨)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같이 소중히 여겨라. 내 몸만 귀한 것이 아니라 남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리고 네가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일을 네가 먼저 그에게 베풀어라. (공자)

⋅타인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자기가 감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밀레)

⋅자신을 절제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세네카)

글자가 붙어 있으니 서로 싸우고 있는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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