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고니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부고니아'는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다. '소의 시체에서 꿀벌이 생겨난다'는 뜻을 지는 고대 그리스어 '부고니아'를 제목으로 채택했다. 이는 부패한 현실에서 피어나는 현대인의 광기,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씁쓸한 무언가를 의미한다. 우선, 영화 '부고니아'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대중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의 작품으로 보인다. 대중들이 그의 영화를 비교적 어렵게 느낀다는 것을 알았을까? 영화를 좋아하고 탐구적인 시선이 있는 관객에게는 그의 작품이 흥미롭게 느껴지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어려운 감독이다. 그런 그가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하며 대중들에게 더욱 다가간다. 리메이크와 함께 그의 개성을 약간 줄이고 대중들이 선호할 만한 요소들을 더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완전히 대중과 가까워지기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의 시도는 대중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영화에 전반적으로 광기와 그를 바라보는 풍자, 그리고 해학적인 시선이 깔려있다. 이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지닌 사회를 향한 시선일 것이다. 현대를 바라보고, 현대인을 향한 고민과 연민이 담겼다. 거기에 배우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의 저돌적이며 폭발적인 연기력은 영화 '부고니아'를 더욱 밝게 비춘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 '부고니아'의 메시지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 그리고 주연 배우 두 명의 연기력을 토대로 영화 '부고니아'를 살펴본다.
영화 '부고니아'는 사회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지녔다. '미셸'을 통해 한편으로는 성공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지만, 제약회사의 대표로서 그가 어떻게 부와 명예를 얻었을지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유하며 비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극 중 '테디'가 표면적으로 그저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그의 광기는 현대 사회에서 얻는 부담과 상처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한 모습일 수도 있다. 덧붙이자면 '테디'가 가장 정상적인 인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배우 '엠마 스톤'이 열연하는 '미셸'은 자본주의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영화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이는 인간이 지닌 내면의 탐욕을 과감하게 드러낸 모습으로써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란 표현이 어울리겠다. 이 두 인물의 관계가 간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실태라고 영화는 말한다. 철저한 상하 관계, 수직적인 관계가 유지되며 상황이 바뀌어도 존속되는 인물의 관계가 절망적으로 보인다. 영화 '부고니아'는 인간을 향해 위로나 희망을 주기보다 현대 사회의 체계에서 발생하는 광기와 모순을 지켜봐 주기를 관객에게 권하고 있다.
원작 '지구를 지켜라'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었다. 물론, 마냥 웃기고 재밌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배우의 연기와 영화의 분위기 등이 영화를 난해하지만 코미디적인 색채가 어느 정도 풍기는 영화로 비치게 한다. 영화 '부고니아'는 다르다. 일명 'B급 감성'을 걷어내고 스릴러적인 색채와 블랙코미디의 특성을 부여한다. 영화 '부고니아'의 핵심인 광기로 비치는 분노를 스릴러의 요소로 사용해 시종일관 영화의 서스펜스를 부여한다. 이는 블랙코미디의 장르적인 특성과 맞물리며 영화가 지닌 주제의식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요소로 영화의 외형을 구성하고, 영화 내적으로 극단적인 계층 간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에 관하여 해학과 풍자로 채웠다. 이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그간 보여준 개성과 대중들이 원하는 지점을 함께 짚어내며 그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도 많은 이들이 평가한다. 필자는 대중적이라는 평에 의문인 사람이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가미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양 극에 있는 인물에 어울리는 미장센으로 두 인물을 대립하고 있으며, 그 갈등을 조명하는 연출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참신한 소재에 자신의 개성과 연출 방식을 더하여 새로운 영화를 창조하는 그의 모습은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미셸'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은 이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페르소나로 보인다. 그가 요구하는 역할을 최상의 모습으로 수행한다. 제약회사의 CEO로써 부와 명예를 차지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과감하며 때로는 불같은 모습으로 부와 명예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여러 모습을 통해 보인 인물의 표상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한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표현의 범위가 방대하다. 마치 그녀의 연기력이 정점에 도달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반대편에서 광기와 분노로 한 축을 맡고 있는 인물 '테디'를 배우 '제시 플레먼스'가 맡았다. 필자에게 약간은 생소한 배우였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엠마 스톤'와 대립하며 절대 뒤처지지 않고, 양 축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춘다. 두 배우의 연기력으로 인한 긴장감이 상당하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기에 더욱이 두 주연 배우의 힘이 중요했던 영화 '부고니아'다. 연쇄 폭발 같은 파괴력을 지닌 두 배우의 연기력은 영화의 중심이자 영화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원동력이다.
* 평점 : 4.0 (강력 추천)
* 한 줄 평 : 강렬하게 짚어내는 광기, 그리고 해학과 풍자로 풀어낸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