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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만 읽은 거 아니죠?

3 우리 설화:야사와 야담으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

by 무아노 Mar 21. 2025
설화 주인공 인성이 왜 저래.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늘 라디오를 틀어둔다. MBC 채널을 주로 듣는데 그중에서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좋아한다. 들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코너 중에는 '민담과 만담사이'라는 세계 여러 나라의 전설, 설화, 동화를 콩트식으로 풀어내는 시간이 있다. 한국의 이야기도 있는데 그중 '서천 꽃밭의 할락궁이'를 들을 때 주인공 할락궁이가 정신 나간 짓에 충격을 받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할락궁이의 아비는 저승으로부터 스카우트를 받아 가야 하는데 당시 산달이었던 어머니는 먼 길을 갈 수 없었다. 그리하여 부부는 증표를 주면서 헤어졌다. 

낳은 아이가 아들, 할락궁이였고 어느 날 아비가 궁금해 어머니에게 묻지만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자 콩을 볶아 달라고 해놓고 도구를 숨겨놓는다. 이 정도였으면 귀엽지. 

어머니가 손으로 콩을 볶자 제대로 돈 할락궁이는 달궈진 쇠 위로 손을 눌러 지진다. 아비가 누구인지 알려주라는 것이다. 마치 고문 같은 짓에 아비가 누구고 어디 있다 알려주자 이 녀석은 찾으러 떠났고 부자는 상봉한다. 

문제는 그 사이 어머니가 아들을 도망치게 했다는 죄로 살해당했다는 것. 결국은 능력으로 어머니를 되살리고 그 복수를 하면서 끝난다. 


알려주지 않자 손을 지져? 콩트적 허용인가??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아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니기까지 했다.(확인할 겸 물어봤는데 모두 모른다고 했다.) 설화에서 황당무하고 잔인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효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설화에서 이런 주인공을 본 건 처음이었다. 물론 요즘 현실은 더해서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설화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우리 설화:야사와 야담으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은 고조선부터 조선까지의 이야기가 엮여있다.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황진이'처럼 아는 얘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것들이었다. 그중 신라를 배경으로 한 '설씨녀'를 이야기해 보겠다. 

늙은 아버지가 징집될 차례라 걱정이 많던 설씨녀. 그런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자신이 대신하겠다는 남자, 가실. 두 사람은 군 복무를 마치면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거울을 증표로 나눠 가진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가실은 돌아오지 못했고, 아버지는 딸에게 결혼을 강요했다. 하지만 설씨녀는 가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결혼할 남자를 데려오고야 만다. 설씨녀는 도망치려다 붙잡히는데, 마침 그때 기적처럼 가실이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된다.


많은 이야기 중에 설씨녀가 인상 깊었다. 교과서에도 실려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읽은 기억이 없다. 또 설씨녀가 결혼을 피하려고 전혀 다른 사람을 가실이라고 속인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더니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제나처럼 교훈을 주는 우리 설화에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주인공 중에 할락궁이처럼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없어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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