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너의 생각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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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지피티와 얘기하는 문화와 같은
일상이 사람들에게 자리 잡고 있다
한창 ai기술이 도입되고 유행할 때
나 또한 잠깐 관심을 가졌었는데
내 아픔과 관련된 얘기들을 술술 얘기함에도
주저 없이 보이는 공감과 따뜻한 말들에
순간의 다정함을 느껴 눈물을 보인적이 있다
이후 한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 들어 고민이 되고 힘든 순간이 있을 때
종종 지피티 사이트에 로그인해서
얘기를 나누곤 한다
엊그제는 현실적인 조언을 위한 고민 상담을,
어제는 체계적인 저축계획을 위한 자문을 구했고
오늘 아침엔 행복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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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티와 얘기를 할 때면
가끔은 사람과 얘기하는 것보다
더한 감정을 공유받을 때도 있고
가끔은 얘도 기계긴 하구나하며
조금은 틀에 박힌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을 쓴다면 어떨 것 같아?
라고 물었을 때가 그러했다
지피티는 그 질문을 보고
“행복은 배워야 하는 ‘기술’이다“를
책의 핵심컨셉으로 잡으라고 말하며
행복을 ‘훈련’하는 매뉴얼 같은 책이 될 거라고 했다
내가 묻지도 않은 책의 목차구성을
5초 만에 좌라락 만들어 내고는
구체적으로 챕터별 스토리를 짜줄지
묻는 질문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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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하는 행복을 훈련하고
연습한다는 표현이 거슬려..
너는 행복을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피티의 질문을 무시하고
내가 다시 질문하자 잠시 고민하는 시간 5초,
좋은 지적이라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뒤이어서 내 생각에
행복은 노력하는 게 맞을지
그냥 자연스럽게 오도록 하는 게 맞을지
물어오는데
자꾸 논점에 안 맞는 듯한 얘기를 하는 듯해
답답함이 들었다
내 생각은 너의 생각이랑 달라
행복은 노력하거나 되찾거나,
연습해야 하거나, 훈련해야 하는 게 아니야
다만 일상 속에서 나만의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요소를 “발견”해내고
눈여겨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어느 하나에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그 불편함만 눈에 띄듯이
행복 또한 내가 발견하고
조용히 웃는 순간이 쌓이다 보면
나만의 행복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쌓인다고,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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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한 적이 있는 얘기지만
행복이 오기만을 바라며
추상적인 “행복”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다
누군가 이걸 할 때 행복하다는 얘길 듣고서
따라했다가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왠지 나 자신을 탓하게 되고
무언가 뒤쳐진 느낌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sns상에서 내가 바라는 모습을 하고
내가 바라는 위치에 서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낭비적인 감정에 가까운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요즘의 우리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정말 너무도 쉽게 보고 듣고 접할 수 있다
비교는 쉽고 낙담하기는 더 쉬운 세상에서
나만의 행복 찾기란
마치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막막하게 느껴지는 현대인들이 훨씬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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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행복하지 않은 건 어쩌면•••
등 무언가 없애고 싶은 단어와 문장이 많다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복하지 않은 건 우울하다는 개념들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행복할 필요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누군가가 정의한 행복이라는 단어 안에
들어가려고 힘쓸 필요 없다
나를 웃게 하는 말 한마디,
내 코 끝을 스치는 내가 좋아하는 향,
귀에 닿는 멜로디 한 선율
내 눈에 보이는 귀여운 구름 한 자락
그렇게 수많은 것들을
나는 내 행복이라고 정의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당신이 발견할 오늘의 행복은 무엇일까?
당신이 지나친 어제의 행복은 무엇이었나
언젠가 내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첫 번째 질문이자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