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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행복 일지(3)_

멀대 같은 너가 더 귀여워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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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말 수 없던 동생이

먼저 내게 다가올 때가 있다

같이 보고 있던 만화를 보자고 눈빛을 보내거나

내일 쉬냐고 넌지시 물어보려 어슬렁거린다거나

무언가 자기의 관심이 쏠려 구매하게 된 것을

자랑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엔 사슴벌레 모형을 사 와서는

전기콘센트와 사슴벌레 머리뿔을

희한하게 조합한 디자인이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내가 샤워하기 전이었나 후였나

아무튼 화장실 앞에서 나를 세워두고

모형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며

이게 정말 귀여운 거라며

그 세모난 입꼬리를 올리고선 얘기하는데


나는 그러냐며 반응을 해주고선

가만히 웃었다


그 모형을 쥐고 서있는

멀대 같은 너가 더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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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럴 때 말고도

동생에게 행복을 받은 적은 더 많다


나는 동생이 한 마리의 아기고양이 같아서

참 귀여워하는 편인데,

(사실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거의 없긴 하다)


얇실해가지고 키는 나보다 큰 게

꼬물꼬물 시절을 지나 이렇게 혼자 걸어 다니고(?)

큼지막한 학교가방을 메고 등교도 하고

천재적 이게도 미술학원을 다닌 적도 없는데

엄마를 닮아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린다


꿈을 향해 마음껏 달려갔으면 좋겠는

이 마음은 엄마의 그 마음과 비슷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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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나는 사실 동생 어깨만 보이면

하늘다람쥐 마냥 날아가서 매달려있는다


안기고 기대고 머리를 부비는데

(싫어하는 것 마저 귀엽다..)

가끔은 그런 고양이 같은 동생이

먼저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던가

제 얘기에 신이 나서 내 팔을 잡고 흔들며

조잘거릴 때면 그렇게

순간행복수치가 올라갈 수가 없다


무언가 조련당하는 느낌인가 싶지만서도

이미 나는 동생을 사랑하고

그런 동생의 관심을 받으면

당연히 행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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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인생에 걱정되는 순간이 있다

내가 결혼해서 집을 나가야 하는 순간

동생이 군대 가고서의 공백기간

가족과 일 년에 몇 번 보는 게 귀해지는 순간


무거운 걱정 없이 살고

이 순간의 행복을 즐기며 살자는 게

인생의 모토인 나에게

이 행복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며

현실감각을 깨워줄 순간들


그때 가서는 애틋함이

이름을 바꿔 행복함으로 내게 오겠지

그렇게 생각해보곤 한다


그래서 동생이 좀 싫어해도

귀찮았던 누나로 기억되어도

나는 여전히 오늘도 동생어깨에 기댈 생각이다


언젠간 저 꼬맹이에게도

이런 누나가 제 옆에 있었다는 게

그리워질 순간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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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저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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