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래희망 추가, 낭만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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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갈 때
낭만을 챙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에게 알려주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응당 나의 낭만곳간의 모양새를 알아야 한다
나는 어떤 형태의 낭만을 좋아할까
물어본다면 신나게 알려주고 싶은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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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노을이 저무는 하늘의 빛을 받고서
사람의 해맑은 미소를 머금게 하는 여유가 좋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의 손을 잡고
내가 봤던 낭만의 한 폭을 보여주고 싶다
이것저것 장비를 챙겨 와 노래를 틀어
몸 이곳저곳에 노을을 한가득 묻히고선
하모니카를 부르시던 어르신
그 앞을 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던 아가사람
노래가 울려 퍼지던 그 주차타워에
조르륵 참새처럼
서로의 연인을 붙잡고 앉아있는 사람들
그 모든 걸 봤던 건 그저 우연으로
발길을 끌었던 것뿐이었다는 점에서
나의 낭만은 짙게 물들 수밖에 없었다
.
어떤 사람이 살아온 일대기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낭만 읽기가 아닐까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꺼내볼 수 있을
순간을 남기는 것.
오래오래 기억되는 유명한 소설처럼
사랑과 행복의 순간의 수많은 쉼표들을
우리는 낭만이었고 추억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언젠가 마지막인 줄 모르고
아빠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고
엄마의 눈을 마주치며 사랑한다 말했으며
자주 가던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고
친척들 앞에서 춤을 춰 용돈을 받고선
빗속에서 뛰어놀았다
마지막인 줄 모르고 행복했던 순간들
우리는 추억하며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지금 이 날도 훗날의 나는 그리워할 거다
나의 낭만 어린 시절이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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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투수
언젠가 낭만투수,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낭만투수란 단순히 빠른 공이나 화려한 기록만으로 평가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인간미, 그리고 유머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투수를 의미한다
부상이나 좌절 어린 사연이 있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극복해 내는 낭만투수.
마침 그런 사람이 되고 싶던 나에게
새로운 목표가 된 단어였다
나의 낭만은 이미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서 시작되었다
낭만투수는 나만의 궤적과 투구 스타일로
승부에서 우위를 점한다
누군가와 승부를 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지만
어제의 나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는,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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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이성적인 쪽에 속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런지
굉장히 감성적일 뿐인 표현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런 게 위에 내가 읊조렸던 것 또한
혹자가 읽으면
아무것도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행복은 어렵지 않다
내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낭만 한 조각을 방금 발견했다면
나는 지금 그런 낭만을 채우고 있는 거고
행복이 닿았다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을,
그런 낭만들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내가 찾아서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