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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_

내가 정했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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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많았다

모두가 속할 곳이 있던 때에 홀로였다는 것

밥을 함께 먹을 사람이 분명하지 않았던 것

저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나는 그렇지 못해서,

내가 가장 힘들던 때에 그 사람이 떠나가서

내 몸이 괴물 같아서

얼굴이 저 사람처럼 예쁘지 않아서

내 성격이 소심해서

삶의 이유를 모르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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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고

어떤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그런 법은 없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시절의 난 혼자가 되는 게 두려웠으며

내 눈에 밝고 명랑한 저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과 같은 웃음을 지으며 서있고 있어야 했다


내가 정했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고

그러지 못한 나는 행복할 수 없었다


거울을 보는 게 괴로웠고

내 얼굴을 어떻게 찢고 싶은지 울부짖었고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라

침대 위에서 바닥에서 주저앉아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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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괴롭다 생각될 때

신이 있다면 신조차 나를 버렸다 생각될 때

사람은 불행해진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게 인생이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세상에서 정한 기준이

과연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사람만큼 돈이 없다고 해서

그 사람 같은 성격이 아니라 해서

내가 가진 게 별로 없다 해서

하고 싶은 걸 못한다 해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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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게 마음속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행복하기도 하고


눈에 담기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나비 한 마리

바람에 흩날리는 풀 이파리

햇살에 반짝이는 책

말도 안 되는 유머하나

색감 조합이 귀여운 간식거리

세상을 구성하는 만물에 행복을 느낀다


불안하다가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게 내가 정한 행복의 기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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