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티 없이 해맑을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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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것을 의인화해서 사랑하는 것 같다
나에게 사랑이란 진중한 것이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사랑 많은 사람의 사랑은
무수히 많은 연민과
날아갈 듯 가벼운 천진난만함에서 온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가 티 없이 해맑을 수 있는 건
그만큼 세상물정을 모르고
단순히 눈앞의 희희낙락에 행복해하기 때문이고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 일희일비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가며 감정을 잃어가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매며
메말라가는 삶 속에 화만 많아진다면
아이의 순진무구함을 본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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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혹자는 나의 시선과 표현이 특이하다고 하지만
나는 뭐든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차원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높게 매달려있는 깃발을 보고선
한 마리의 새가 묶여 제자리에서
날갯짓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게 여기며
저 깃발의 삶은 어떨지 생각해보곤 한다
매일 사람들이 앉는 버스의자나
페달이 밟히는 자전거는 다리가 아프진 않을까
맛있게 만들어진 쿠키나 마카롱의 입장에서
좋은 재료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 어떤지
묻고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인간에게 먹혀야 하니
사실은 두려운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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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의 만화를 옆에서 보면
이런 것들이 놀랍게도 잘 녹여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차가 말을 하고 자아가 있어
주인공들과 함께 악당을 무찌르거나
채소나 냉장고 재료들이 주인공이거나,
빵에 토핑을 얹는걸
미용실에서 머리 하는 걸로 표현하는 만화도 있다
우리들은 커가면서
당연하게 이런 것은 허상에 불구할 뿐이란 걸 알고
그 모든 동심 어린 마음들을 차차 잊어가며
세상을 살아내는데 급급한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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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에나 의인화를 하기 시작하면
내가 행복해진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만큼 나에겐 작은 연민이 생기고
그냥 지나쳤던 순간을 한번 더 눈길을 주게 되며
삶을 의미 없이 반복하지 않게 된다
나에겐 작은 행복과 귀여움을 누구보다 빨리
발견해 내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능력, 가히 능력이 맞다
내가 만난 어른 중 그 누구도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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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연민하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대해 말해보자면
내면의 화가 없어지고 공감능력이 넓어진다
땅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서
이 쓰레기를 품고 있던 땅에게 미안해하며 줍고
쓰레기 주인의 삶이 얼마나 메마르게 될지
안타까워한다
굳이 화내지 않고도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고
삶을 더 살아본 사람들을 존경할 수 있게 되며
누군가에게 존중을 받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까지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떠한 것에 얽매여 있는 규칙 같은 게 아니라
그야말로 자유롭고 해방에 가까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