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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행복일지 (4)_

계획이란 없는 잠시의 낭만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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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지만

계획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낭만을 사랑한다

해서 여행을 가게 될 때만큼은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는 걸 특히 더 좋아한다


이번 여행도 그러했다

무언가 틀이 견고하지 않은,

끌리면 가고 아니면 마는


항상 계획적인 사람만이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라고 추앙받는 이 시대에서

계획이란 없는 잠시의 낭만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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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러 가기로 정했을 땐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는데

마치 모든 게 맞춰진 퍼즐조각처럼

나의 행복을 위해 움직였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기분이 좋고

흐리면 흐린 대로 하늘의 심리를 추측해 본다


그날의 날씨는 물론 찬란할 정도로 빛이 났다

바다의 색은 말이 안 될 정도로 푸르렀고

푹푹 밟아 발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들이

간지럽게 웃음을 줬으며

그네 끝자락에 묻어있는 수평선이

그야말로 광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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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 일상의 나를 잠시 내려두고서

고개를 들면 곧 눈에, 귀에, 코에

모든 만물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살아있는 그대로 내게 온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기도 더 쉬운 것 같다

어딘가에서 소중한 사람과

모든 감각이 열린 하루들을 보내고 오는 건

생각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경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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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와 여행을 다니고 싶은 이유

내가 세계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이유

모든 이유가 다 그 때문이다


소중한 만큼 더 크게 행복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하나 때문이다


삶에서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함께하는 것만큼

행복이 보장된 것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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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건-

누구를 만나던 그 사람이 내게

내가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기에

나는 항상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모두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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