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란 없는 잠시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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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지만
계획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낭만을 사랑한다
해서 여행을 가게 될 때만큼은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는 걸 특히 더 좋아한다
이번 여행도 그러했다
무언가 틀이 견고하지 않은,
끌리면 가고 아니면 마는
항상 계획적인 사람만이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라고 추앙받는 이 시대에서
계획이란 없는 잠시의 낭만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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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러 가기로 정했을 땐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는데
마치 모든 게 맞춰진 퍼즐조각처럼
나의 행복을 위해 움직였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기분이 좋고
흐리면 흐린 대로 하늘의 심리를 추측해 본다
그날의 날씨는 물론 찬란할 정도로 빛이 났다
바다의 색은 말이 안 될 정도로 푸르렀고
푹푹 밟아 발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들이
간지럽게 웃음을 줬으며
그네 끝자락에 묻어있는 수평선이
그야말로 광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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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 일상의 나를 잠시 내려두고서
고개를 들면 곧 눈에, 귀에, 코에
모든 만물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살아있는 그대로 내게 온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기도 더 쉬운 것 같다
어딘가에서 소중한 사람과
모든 감각이 열린 하루들을 보내고 오는 건
생각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경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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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와 여행을 다니고 싶은 이유
내가 세계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이유
모든 이유가 다 그 때문이다
소중한 만큼 더 크게 행복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하나 때문이다
삶에서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함께하는 것만큼
행복이 보장된 것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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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건-
누구를 만나던 그 사람이 내게
내가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기에
나는 항상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모두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뿐이다